[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외환위기 직후 구직의 탈출구로 떠오르며 국민자격증으로 각광을 받았던 공인중개사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 지고 있다. 5년 째 합격자수가 급감하고 있다. 불안정한 부동산 전망과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중개업자로 인해 중개업 자체가 사양산업으로 급하락하고 있다.
28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제23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에서는 총 1만1373명이 합격(2차합격 기준)했다. 지난해 1만2675명에 비해 소폭 줄었다.
공인중개사 합격자는 2007년 치러진 18회 시험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만959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던 18회 이후 19회 1만6117명, 20회 1만5906명, 21회 1만5073명, 22회 1만2675명, 23회 1만1373명으로 줄었다.
특히 극심한 부동산 침체에 시달리는 수도권 공인중개사의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7679명의 공인중개사를 배출한 수도권은 올해 5915명만이 합격했다. 23% 감소한 것이다. 반면 최근 몇 년간 호황기를 보내고 있는 지방은 5422명에서 5069명으로 7% 감소하는데 그쳤다.
중개수수료를 주 수입원인 중개업자에게 ‘거래 실종기’를 보내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이제 불모지나 다름없다. 오랜 시간 공들여 시험에 합격하고 사무실을 내봤자 결국 경영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수도권 중개업자는 5만2000여명에 달하지만 최근 1년 간 수도권에서는 2만5000여건의 아파트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산술적으로 중개업소 두 곳 중 한 곳은 1년동안 아파트 매매계약서를 구경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개포동에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정부도 나름 살린다고 살릴려고 하는데도 거래시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중개업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탄식했다.
일부에는 외환 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공인중개사의 자연스러운 수급조정기라고 분석한다.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중개업자가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실업자가 넘쳐나던 시절 경제 활동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응시자가 몰려들었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1회를 제외하고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던 공인중개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제10회 시험에서 총 1만4781명이 합격자를 배출했다.
9회 3524명에 불과했던 합격자가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후 매 시험에서 1만명 이상의 합격자가 나왔고 2002년 13회에선 1만9144명, 14회 2만9850명, 15회(추가포함)에는 3만2485명의 공인중개사가 쏟아져 나왔다.
공인중개사는 매년 누적되는 반면 거래시장은 갈수록 침체되며, 중개업계는 더 빠르게 포화상태로 접어들었다.
협회 관계자는 "아파트 앞을 보면 부동산 밖에 없어 보일 정도로 중개업소가 너무 많다"며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중개업은 내리막길을 갈 것이고, 그 규모에 맞게 중개업수도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