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유신시절 간첩으로 몰려 형사처벌 받은데 대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을 받았더라도 별도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최상열)는 김우종 전 경희대 교수와 소설가 이호철씨 등 '문인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와 유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총 6억 9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국가는 "김씨 등이 지난 2003~2008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지정돼 생활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지급한 보상금이 위자료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상은 국가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지만 특별한 희생을 한 국민에게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고, 배상은 국가의 위법한 행위에 따른 것"이라며 "보상금 수령을 정신적 손해에 대한 권리행사 포기로 해석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려는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문인들을 간첩으로 몰아 형사처벌한 '문인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인 김 교수 등은 지난 1974년 1월 유신 헌법에 반대하고 개헌을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 발표에 관여한 혐의로 불법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재심에서 국가보안법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김 교수 등은 "국가배상법 2조 1항에 따라 유신 정권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