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그룹이 7일 단행한 임원 인사는 지난 5일 사장단 인사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성과주의'가 적용됐다. 특정인맥이나 그룹(현 미래전략실) 출신, 재무통들이 우대되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번 삼성그룹 임원 승진자는 지난해보다 다소 적었지만 신임과 발탁 승진을 대폭 확대해 '젊은 피'를 수혈했다. 특히 올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005930)는 전체 승진자 485명의 절반 수준인 226명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부(DMC)에 대해서는 역대 최대 승진 인사로 보상해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DMC부문 승진자는 그룹 전체 승진자의 34%인 167명으로, 부사장 승진의 46%, 전무의 31%, 신임의 34%를 차지했다.
이번 임원 인사의 주요 특징은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는 삼성전자 승진 잔치 ▲신임 승진 역대 최대규모 ▲ 젊은 세대 임원들의 약진 ▲여성 인력 사상 최대 승진 ▲영업·마케팅 부서의 최대 규모 승진 등으로 압축된다.
◇젊은 피 수혈한 삼성, 사상최대 '발탁인사'
삼성그룹은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30대 임원을 4명을 승진시키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발탁인사를 감행했다.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도전 정신'과 '혁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1년에 41명이었던 발탁 인사는 지난해 54명에 이어 올해는 74명을 기록했다. 특히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예정보다 2년 일찍 발탁된 승진자는 총 17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류제형 삼성전자 부장은 예정보다 3년 일찍 상무로 승진했다. 류 상무는 제조기술 전문가로 최초의 A3프린터 근본설계와 LED TV 발열문제 개선 등 제조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에 기여했다는 공을 인정받았다.
마찬가지로 3년 일찍 상무로 승진한 30대 여성인 조인하 삼성전자 부장은 아르헨티나 소비자가전(CE)담당 주재원 출신으로 현지 TV시장 점유율 1위(36%), 매출 전년비 12% 성장에 기여하는 등 중남미 시장 리더십 강화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경훈 삼성전자 부장도 2년 일찍 상무로 승진했다. 제품디자인 전문가로 시장 특화형 TV/AV 제품 디자인 개발을 주도, 중국, 인도, 중남미 등 성장시장 공략을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시리즈의 전 세계적 성공에 기여한 박찬우 삼성전자 부장도 예정보다 2년 빠르게 상무로 진급했다.
특히 휴대폰 글로벌 1위 달성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승진 잔치가 벌어졌다.
무선사업부 내에 개발, 마케팅 등 핵심분야 리더 전원을 '대발탁'(연차가 모자란 인원의 사전 임원 승진) 조치하는 등 그룹 전체 발탁 승진의 22%, 2년 이상 대발탁 승진의 29%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개발 3대 핵심영역(S/W, H/W, 기구)과 마케팅 분야 책임임원 5명도 일제히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 우먼'의 힘, 사상 최대 규모 승진
삼성은 또 여성 인력에 대한 사상 최대규모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총 12명(신임 10명 포함)의 승진자가 나와 지난해(9명)보다 숫자가 늘었다. 삼성그룹의 여성 승진 규모는 지난 2011년 7명에서 작년은 9명, 이번에는 12명으로 늘어 지속적인 상승추세에 있다.
이영희 삼성전자 전무는 예정보다 1년 빨리 부사장에 올라섰다. 유니레버,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인 이 부사장은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적인 론칭을 이끌며 삼성전자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윤심 삼성SDS 상무도 제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주율(23%)을 큰 폭으로 상승시킨 공을 인정받아 전무로 전격 승진했고, TV, 모니터 분야 시스템 S/W 개발 전문가인 유미영 삼성전자 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오시연 삼성전자 부장은 SCM(공급망 관리) 전문가로 Pos-Data와 연동된 유통채널 혁신을 통해 글로벌 거점의 안정적인 공급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김경아 삼성전자 부장은 바이오 신약 분야에서 암 정복을 위한 신약개발 등 세계 수준의 독자기술을 개발해 바이오 신약 사업화를 주도한 공으로 상무로 올라섰다.
박종애 삼성전자 부장은 통신 시스템 기술 전문가로 모바일 통신기술에 기반한 바이오, 메디컬 융복합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 받아 승진했다. 이외에도 곽지영 삼성전자 부장, 홍유진 삼성전자 부장, 조수진 삼성전자 부장, 노영주 삼성SDS 부장, 박재인 삼성에버랜드 부장 등이 일제히 상무로 승진했다.
◇영업마케팅 및 연구개발 임원 대폭 늘려
삼성은 신 시장 개척의 선봉에 서서 브랜드 위상 강화에 공헌한 영업마케팅 인력의 임원승진 규모를 역대 수준으로 늘렸다. 아울러 연구개발·기술 승진규모도 지난해에 이어 증가세를 유지했다.
갤럭시 시리즈로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상승시킨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내에서 승진자가 잇달았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영업·마케팅 부문 승진자는 총 13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반면, 스탭 부문의 승진규모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사 미래성장의 근간인 연구개발·기술과 영업·마케팅 부문은 지속 확대하고 스탭 부문은 상대적으로 축소해 현장 중심의 인사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번 2013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고, 조만간 각 사 별로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