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차현정기자] 내년부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금융투자협회에 내는 회비 산정 기준이 현행 주식 거래대금 중심에서 영업수익과 자본금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다.
이에 따라 자본금과 영업수익 규모가 큰 일부 대형 증권사의 회비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회비 납부 방법도 거래대금의 일정 금액을 예탁결제원에서 정산한 뒤 금투협에 이체하는 형태에서 협회가 매월 회원사에 직접 징수하는 방법으로 바뀐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시장효율화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금투협 회비 징수방법과 분담기준 관련 규정 개정안을 확정했다.
금투협 회비 규정 개정안은 기본회비 1000만원에 조정영업수익(70%)과 자기자본(30%) 등을 반영해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회비는 거래대금(70%)에 영업이익과 판관비 등 조정영업수익(22.5%), 자기자본(7.5%) 등을 합해 산정했다. 거래대금의 0.0008280%는 예탁결제원을 통해 일일 정산한 뒤 금투협에 자동으로 이체되는 간접징수 방식이었다.
회비 납부규정이 바뀌게 된 것은 금융투자업계 이익단체인 금투협이 투자자들의 거래대금에서 비용을 원천징수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한 거래대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이익규모는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된다는 점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새로운 회비 납부 기준이 적용되면 자본금과 영업이익 규모가 큰 대형사들의 회비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매월 부담하는 회비가 현재보다 최고 60%나 급증, 월 1억5000만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키움증권(039490) 등 온라인 거래대금 규모가 큰 증권사들은 분담금이 현재보다 75% 가량 줄어드는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금투협은 회비 분담기준 변경으로 납부금액이 급증하거나 급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가중치를 기존 납부 금액에 85%, 새로운 납부금액에 15%씩 적용키로 했다.
대형사들은 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증권업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지금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불황으로 갈수록 수익은 감소하는데 회비까지 늘어나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협회비가 현실적으로 조정됨에 따라 대형사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게 됐다"며 "분담금이 늘어나는 대신 협회가 대형사들의 목소리를 좀 더 대변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회비 직접 징수방식이 시행되면 미납이나 연체 등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금투협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금투협 측은 "미납회원사가 발생하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회원사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투협 회비 규정 개정은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업계 발전을 위한 이익단체 역할을 해야 할 협회가 실질적으로 상위기관처럼 군림했던 경향이 강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년 금투협이 회원사들로부터 받은 회비는 536억원으로 전체 협회 수입의 65%를 차지했다.
새로운 회비 규정 개정안은 오는 17일 금투협 이사회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