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수남기자] 지난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이는 종전 신차 출시가 자동차 활용도가 높아지는 성수기(3월∼10월) 때 집중된 것과는 대비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먼저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선 곳은 한국GM이다.
◇올해 국내 신차 시장에 첫 포문을 연 한국GM의 캡티바 2.0.
한국GM은 올해가 밝자마자 다운사이징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티바 2.0을 시판, 종전 2.2와 2.4의 판매 부진을 털어냈다. 최근 국내 고객들이 2.0 사이즈의 중형 차량을 가장 선호, 한국GM의 발빠른 전략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가 1월에 작년 하반기 선보인 i40왜건의 세단 모델인 i40살룬을 출시했다. 왜건형 모델이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인기있는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비선호 모델임을 감안한 것이다.
또 같은 달 쌍용차는 코란도 스포츠를 내놓았다. 작년 초 선보인 코란도C로 쏠쏠한 성장세를 기록한 쌍용차는 국내 유일의 레저머신 코란도 스포츠로 올해도 작년에 버금가는 20%대의 판매 성장을 이뤄냈다. 연초 신차 출시가 성수기 구매로 이어지면서 성공한 사례다.
◇쌍용차는 지난 1월 코란도 스포츠를 선보이면서 올해 국내 완성차업체로는 유일하게 20%대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수입차로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업계 1위가 확실한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업체 BMW그룹의 한국법인 BMW그룹 코리아가 미니 디젤을 1월 선보였다.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고카트(go-kart) 콘셉으로 작지만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BMW코리아는 작년 대형 디젤 세단 그란투리스모 30d와 중형 디젤 세단 520d로 판매가 증가한 점을 감안, 2월에는 같은 급의 디젤 세단 320d를 출시했다. 현재 520d와 320d는 수입차 인기 모델이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이 같은 비성수기 마케팅을 연말에도 지속하면서 내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11월 들어 르노삼성이 뉴 SM5 플래티넘을, 기아차가 '더 뉴 K7'을, 현대차가 에쿠스 신형 모델을 각각 내놨으며 양산차는 아니지만 롤스로이스가 아르데코 모델도 출시했다.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디젤을 선보이면서 국내 디젤 승용 시장을 공략했다.
아울러 한불모터스가 푸조, 308·3008·508 '에코-터보'를, 포드코리아가 다운사이징 모델 퓨전을 출시했다.
4분기 가장 활발하게 신차를 선보인 곳은 일본 혼다다. 혼다는 최근 미니밴 오딧세이, 프리미엄 SUV 파일럿에 이어 자사의 주력 모델인 신형 어코드를 국내 시장에 내놓으면서 옛 명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혼다는 올해 안으로 신형 세단 모델 1종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혼다가 지난 200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 2008년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2010년까지 꾸준히 수입차 베스트 '탑10'안에 들었으나 작년에는 11위로 하락하는 등 자존심을 구긴 점이 크게 작용했다. 혼다는 올해 수입차 업계 10위가 확실시 되고 있다.
올해 성수기 신차 출시도 비성수기와 비슷한 규모다.
◇신차 출시가 상대적으로 적은 8월, 폭스바겐은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신형 파사트를 시판했다.
3월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지난 200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일본 미쓰비시가 새로운 CXC라는 딜러를 앞세우고, 도심형 SUV RVR을 선보였다. 또 한불모터스는 지난 4월 10년만에 프랑스의 시트로엥 모델도 들여왔다. 이번에 선보인 준중형 시트로엥 DS3는 디자인을 강화, 국내 20, 30대 젊은층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했다.
같은 달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로 올해 내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이어 5월에는 기차아가 올해 출시되는 신차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차량으로 선정되기도 한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 K9를, 폭스바겐코리아가 중형 세단 신형 CC로 내수 시장에 진을 쳤다.
볼보도 S80 디젤 등 디젤 승용 차량 4종을 3월부터 잇달아 출시하며 고유가로 불붙은 국내 디젤 승용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신형 퓨전은 내년 자사의 전략 차량"이라고 말했다.
여름에는 더위와 휴가철이 겹치면서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의 신차 출시가 뜸했다. 다만, 8월에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가 맞붙었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중형 신형 파사트로, 현대차는 준중형 아반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앞서 한국GM이 더 퍼펙트 크루즈를 선봉에 내세우면서 당시 출시된 미니의 쿠퍼S 쿠페와 짐검 승부를 펼쳤다.
9월 성수기 신호탄을 쏜 곳은 BMW코리아다. BMW코리아는 자사의 플래귀십 모델 5세대 7시리의 새 모델을 9월 첫주 내놨다.
여기에 국내 업체로는 기아차가 준중형 K3를 내놓으면서 자사의 K시리즈를 완성했으며, 르노삼성도 신형 SM3로 판매 하락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또 왜건 형태의 320d 투어링을 BMW코리아가, 남성성을 부각한 뉴비틀의 후속 모델 '더 비틀'을 폭스바겐 코리아가 각각 출시했다.
지난 10월 닛산이 뉴 알티마로 내수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이에 대해 "최근 들어서는 자동차 성수기 비성수기가 사라졌다"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성수기를 대비해 비성수기에 신차를 출시해 입소문 등 마케팅 극대화로 성수기 판매확대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이례적으로 부분변경 모델 더 뉴 K7 행사를 서울 강남 리츠 칼튼 호텔에서 개최하는 등 공을 들였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기아차 한 직영대리점 관계자는 "비성수기 때 차를 출시해 방송 광고 등 마케팅을 진행 한 후 성수기 때 판매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맞다"면서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은 올 판매를 위한 차라기 보다는 내년 판매를 위한 전략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도 최근 올 뉴 퓨전 출시 행사장에서 "신형 퓨전은 내년 포드코리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 모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내년에도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해 현대차가 내년 1월 신형 베라크루즈를, 3월 개막하는 서울국제모터쇼를 통해 신차를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작년 70여종에 가까운 신차를 대거 쏟아낸 이들 업체들은 올해 신차 부재를 대대적인 출시 행사로 만회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종전 연식 변경 모델이나, 부분변경 모델(페이스리프트)은 간단한 사진 촬영 행사나 보도자료로 처리했으나, 올해는 신차 출시 행사 못지않게 행사를 마련한 것. 이중 기아차는 신차 출시 행사를 전통적으로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열지만, 더 뉴 K7은 이례적으로 서울 강남의 5성급 호텔인 리츠 칼튼 호텔에서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