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4대강 사업과 반값등록금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를 태세다.
박 후보는 16일 대선을 3일 남겨 놓고 진행된 마지막 3차 TV토론에서 4대강 사업과 반값등록금에 대한 입장과 평가, 18대 국회 때 현실화되지 못한 점에 대해 지적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적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 2주제인 교육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상호토론에서 상대인 문 후보가 “박 후보도 반값등록금을 공약했다. 그렇다면 지난 4년간 반값등록금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 맞느냐”고 따져 묻자 “이 정부가 약속했는데 실행이 안 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책임을 현 정부에게 돌린 뒤 “반값 등록금에 대해 반대한 적 없다. 논란이 됐을 때도 어떻게든 학생들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힘을 실었지, 반대한 적 없다”고 맞받았다.
문 후보가 “그렇다면 반값등록금 법안은 박 후보와 친박계 의원들만 찬성해도 (18대 국회에서) 통과가 됐을 것 아닌가. 반대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자 박 후보는 “소득 분위별 차등 지원”을 강조하며 문 후보의 ‘일률적 반값등록금 공약’과 차별성을 내비쳤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그러면 수정법안이라도 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18대 국회 때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박 후보도 즉각 역공에 나섰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국공립대는 57.1%, 사립대는 35.4% (등록금이) 폭등했다. 역대 최고로 엄청나게 올랐다”며 “그렇다면 문 후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가 “(그에 대해선) 여러 차례 사과 말씀을 드렸다. 그렇다면 박 후보는 참여정부 때 등록금 올랐으니 이명박 정부 때 안 해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제가 대통령 됐으면 진작에 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할 것”이라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3주제. 사회 안전에 관한 상호토론에서 문 후보가 “4대강 사업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박 후보는 “원래 대운하를 하려고 하다가 그게 축소가 되서 치수 쪽으로 해서 4대강으로 갔는데 대운하는 굉장히 반대했고, 치수 위주로 한다면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은 현 정부의 최대 핵심 사업”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정부가 가장 (열의를) 갖고 있는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개인이 하라, 말라 그 범위는 넘어선 거라 본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국책 사업이기 때문에 일개 개인인 박 후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박 후보가 여당 내의 야당이었음을 자처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박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기간 충청권 유세 때마다 “제가 세종시를 지켜냈다”며 원칙과 약속, 신뢰의 정치인임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한 것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자연스레 박 후보의 ‘원칙과 신뢰’ 이미지는 공고화됐으며, 여당 내 야당으로서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역대 대선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온 충청권의 표심에도 크게 도움이 됐을 뿐더러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는 게 정치 평론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문제는 세종시 수정 또한 4대강 사업과 더불어 이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야심차게 추진한 핵심 사업이란 점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충청 지역 출신인 정운찬 총리까지 발탁하며 지역 민심을 설득하는데 애썼다.
제동은 박 후보가 걸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이 극도에 달했던 시기도 바로 이 때였다. 결국 민주당과 당시 한나라당 친박 간의 연대가 이뤄지면서 세종시 수정안은 2010년 6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박 후보는 또 4주제인 과학기술 발전 방안 관련한 상호토론에서 문 후보가 역대 정부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강조하며 “이명박 정부가 단숨에 까먹었다. 그때 박 후보는 뭐하셨느냐”고 묻자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 문 후보의 입을 닫게 만들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전격 사퇴로 양자 대결로 진행됐다. 박 후보는 토론에서 전교조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등 전선을 양분화 하는데 주력했다. 박 후보가 보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경제민주화로 한발 물러섰던 보수 진영의 결집력은 한층 강화되게 됐다.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박 후보의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