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8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박 당선인이 내세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미소'를, 금융감독원은 '걱정' 가득한 표정이다.
20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박 당선인 측은 금융감독체계개편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를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과 합쳐 금융부로 확대하고, 금감원은 금융위 산하로 건전성 감독 기구와 소비자 보호 기구로 이원화 하는 ‘쌍봉형(twin peaks)’ 만든다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 부문까지 커버할 수 있게 돼 권한과 영향력은 더욱 강화된다.
재정부와는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로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조직이 없어질 수 있다는 등 위축되는 분위기에서 지금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방향에서는 환영할만 하다”며 “금융감독 조직은 웬만하면 바뀌지 않고 가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고 (이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5년마다 한번씩 조직이 흔들리는 것은 시장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구의 분리로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별도의 금융감독 기구로 금감원 산하에 소비자보호 기구를 둔다는 기존 금감원 계획에서 많이 벗어나는 방향이란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해외에서도 지양하고 있는 방향이며 건전성 감독과 분리돼 오히려 소비자보호가 위축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돼 재정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아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금감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아직까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사항이 아니어서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쌍봉형은 과거에도 많이 나왔던 이야기고 일단 기재부 등의 조직이 완성이 돼야 방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