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 기자] 삼성과 LG, SK, 현대기아차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2일 일제히 시무식을 열고 계사년 새해 포부를 드러냈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기 한파 탓에 기업들은 너도나도 '위기의식'을 강조하면서도 대안으로 브랜드 가치 혁신, 성장 동력 창출, 도전정신 등을 제시했다.
재계 맏형격인 삼성그룹은 2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하례식을 갖고 새해 출발을 알렸다.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이 회장의 자녀들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사장 및 임직원 총 1600여명이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세계 경제는 올해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의 앞길도 순탄치 않으며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내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온 삼성도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의 여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유럽연합(EU) 집행위 등 선진국에서 삼성에 대한 견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드러났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이제는 단순히 품질 경쟁을 넘어 인재 확보와 기술 개발, 특허 분쟁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기업들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다"며 "불황기에는 기업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결국)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지켜간다"고 말해 이를 뒷밪침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일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도 같은 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시무식을 열고 신년 경영방침을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으로 설정했다. 질적인 성장을 기반 삼아 내실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자동차 판매 목표는 지난해 보다 4.1% 가량 증가한 741만대를 제시했다.
정몽구 회장(사진)은 이날 신년사에서 "2013년은 유럽재정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외 시장 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SK그룹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교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최태원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게 된 SK 수펙스 추구협의회의 김창근 의장이 공식 데뷔하는 자리여서 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SK가 '따로 또 같이 3.0'(캠페인)을 시작하는 원년"이라며 "3.0은 그룹 가치 300조원이라는 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더 큰 행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라며 새해 의지를 다졌다.
LG그룹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새해 인사모임을 열고 '시장선도 기업'을 경영목표로 내세웠다. 이날 구본무 회장은 "예측하기 힘든 앞으로의 경영환경에서 이제 일등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며 "시장선도 상품으로 승부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는 올해를 '가치경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고객가치경영'을 새해 패러다임으로 선언했다.
정준양 회장은 포항제철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2013년은 그룹의 중심축인 철강사업 부문에서 생존을 건 치킨게임이 가속화할 것이고, 인프라와 무역 E&C, 에너지 등 전 사업부문에서 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은 "'가격경쟁'이 아닌 가치경쟁'을 통해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자"면서 '고객가치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치경쟁'은 '고객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고객이 직면한 문제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함께 체감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전략이라고 정 회장은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새해 경기상황은 경기침체, 국내 주요 수출시장의 보호주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최근 북핵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며 “반면 주요 기업들은 중심으로 악조건을 오히려 기회를 활용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