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자 `지하경제` 양성화 탄력..규모 파악부터

금융정보 공유 늘려야 하지만..금융실명제 원칙도 지켜야 `난제`

입력 : 2013-01-03 오후 6:31:22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대한민국의 해묵은 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가 진행되고, 이에 따른 복지재정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재정수입 대책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증세는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국채발행은 나라빚만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토론에서 '지하경제 활성화'라는 말실수를 할 정도로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다급하게 찾은 것도 재원마련 대책으로 마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하경제 도대체 얼마나 되나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는 쉽게 표현해서 국민 경제활동 중 정부의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예를 들면 직장인의 월급은 소득공제라는 보너스를 주는 대신 유리알 지갑으로 불릴만큼 얼마를 벌어서 얼마를 쓰는지까지 정부가 투명하게 들여다 보고 있지만,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현금거래 등은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파악되지 않는 것은 지하경제다.
 
그밖에도 사채, 범죄, 절도, 마약, 밀수, 도박 등 위법행위에 의해 발생하는 경제와 정상적인 기업에서 비자금 등으로 빼돌리는 자본까지 모두 지하경제로 볼 수 있다.
 
거래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없고, 때문에 지하경제의 규모 자체도 정확하게 규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기관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국내총생산(GDP)의 몇 %를 지하경제로 보느냐에 따라 규모가 수십조원씩 차이가 난다.
 
지난 2000년에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가 GDP의 11.3%인 59조원으로 분석했지만, 2004년 오스트리아 빈츠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우리나라 지하경제를 GDP의 27.6%인 228조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은 2008년에 GDP의 17.1%인 167조원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에 해당한다고 봤고, 같은 연구원의 안종석 박사는 2011년 보고서에 소득세 탈세부분만을 지하경제라고 보면 GDP의 5%가 지하경제에 해당한다고도 분석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20%만 잡아도 연간 200조원이 과세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면서 "이를 10% 수준으로만 낮춰도 100조원의 과표에 대해 약 20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지하경제 양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 금융정보 공유 늘리고, 세무조사 역량도 강화해야
 
 
지하경제는 국민의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에서 배제돼 있다는 점에서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소득공제 혜택이라는 당근책을 제시해 가며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자영업자들의 현금영수증발급을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펼쳐왔다.
 
지난해부터는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해 소득세신고를 세무사들로부터 사전에 검증하도록 하는 성실신고확인제도 시행하고, 해외로 빼돌리는 비자금을 확인하기 위해 스위스 비밀은행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하경제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지하에 그대로 묻혀 있다.
 
의사나 변호사 등을 포함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60%수준에 그치고 있고, 지난해 영국의 세금정의네트워크가 분석한 한국의 비자금규모는 세계 3위에 달했으며,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빼돌린 자금은 1970년대 이후 40년간 779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다못해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1년에는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5만원권으로 110억원대의 비자금 돈뭉치가 묻혀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다행히 박근혜 당선자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선언하면서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노출시키기 위한 대책들도 탄력을 받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를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FIU는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거래 내역을 전부 파악하고 있지만, 국세청에 제공하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국세청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보유해 이른바 정보의 '빅브라더'가 될수 있다는 견제논리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본인이 대표발의한 국세청-FIU 정보공유 확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간 4조5000억원~6조원의 세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FIU의 금융거래 정보 확대제공은 추가적인 행정비용 없이 한 해 수조원대의 세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국세청으로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적극 늘려야 한다"고 환영했다.
 
금융실명제에 따른 비밀보장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금융당국의 반대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역량을 강화해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10년 기준 국세청의 세무조사 비율은 법인은 1.01%, 개인은 0.1%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법인 1.33%, 개인 0.24%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이현동 국세청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현금거래 탈세구조를 깨겠다"면서 지하경제와의 전면전을 선포, 박 당선자의 공약에 발을 맞췄다.
 
안종석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하경제가 크면 정부가 정확한 경제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없다"며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고, 유발요인을 분석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대응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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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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