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서는 건설)주택건설업계 "힘겨운 과도기 넘어서자!"

(기획)⑥"호황기 반드시 온다" 지구전 채비

입력 : 2013-01-07 오후 4:52:20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절대적인 주택부족에 집 짓기 분주했던 1980~90년대. 부동산 호황기를 맞아 짓는 족족 팔려나갔던 2000년대 중반. 말 그대로 건설업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황금기는 금융위기와 함께 막을 내리며 거센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택 소유에 대한 의식이 급변했고, 세대 구성원 축소에 중소형 평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대형 아파트의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부동산 열풍에 편승해 마구잡이로 쏟아냈던 대형 아파트는 트렌드 변화에 직격탄을 맞으며 대규모 미분양 사태의 원흉이 됐다. 통상 주택을 짓는데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며 트랜드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결국 많은 주택건설업체가 '미분양'의 늪에 빠져 문을 닫거나 법정 관리행을 선택했다.
 
건설업계는 올해도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 지속과 지방 호황 마감이 맞물리며 지난해 이상의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힘든 시기 바짝 몸을 낮추고 기회를 노린다는 게 기본전략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태풍이 지나간 후에야 주택시장이 재건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0대 건설사 중 21곳 구조조정..대부분 주택업체
 
지난해에만 벽산건설(002530)(블루밍), 풍림산업(아이원), 우림건설(필유) 등 7개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국내 시공능력 100대 건설사 중 21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있다. 이들 대부분이 주택 중심 중견건설사다. 
 
 
수도권 주택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주택전문업체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먼저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호황기 급증했던 건설업체가 최근 위축된 시장 규모에 맞게 수급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플랜트와 해외건설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하며 국내시장의 부진을 만회한데 반해 주택공급에 주력했던 중견업체들은 불황에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시장 규모에 맞는 사업체 수준이 있는데 현재 국내 주택시장 수준에 비해 건설사가 과도가하게 많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힘든 시간이지만 버블이 꺼지며 부실기업은 정리되는 과도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택건설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평가받던 한라건설과 계룡건설산업이 연초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인 가운데 중견 건설회사 2~4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가 30여개 건설사들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시공능력순위 10~30위권 내 중견건설사 8곳이 올해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올해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채권 만기로 자금 압박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S건설사 임원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권이 장기 침체에 빠지며 건설사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사업 규모가 워낙 커 사업장 한곳만 이상이 생겨도 부도 위기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황은 반드시 온다" 업계 '지구전' 채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주택시장 전망은 불투명하다. 분양을 포기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
 
대형업체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72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올해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도 못 미치는 32개사만이 121개 사업장에서 분양에 나서기로 했다. 총 분양물량은 12만2329가구로 지난해 17만4582가구보다 30%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2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박수헌 한국주택협회 팀장은 “올 주택사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분양계획을 하반기 이후로 미루면서 상반기에는 극심한 거래 공백과 함께 신규 주택공급 공백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며 대형 건설사마저도 주택사업 조직 및 인원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주택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신규 분양보다는 미분양 처리에 집중하며 ‘와신상담’ 중이다. 현재 건설업계는 각종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미분양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계약금 인하와 중도금 무이자는 이미 오래된 방법이다. 한때 ‘프리미엄 혹은 분양가 원금 보장제’가 유행을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길어진 침체 탓에 부작용만 드러났다.
 
최근에는 전셋집으로 새집을 사는 신개념 마케팅이 등장했다. 동부건설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House Buy House’ 계약제다. ‘House Buy House’란 기존 집으로 새 집을 사는 것으로, 현재 전세 거주로 전세보증금이 있거나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계약금 없이도 계약할 수 있는 제도로 입주 때 전세보증금 또는 매도자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식이다.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마진폭도 크게 줄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전인 2007년 3.3㎡당 981만원이던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10월말 기준 832만원으로 떨어졌다. 5년 만에 15.2%(149만원)나 하락한 것이다.
 
H건설 주택사업팀장은 “주택시장 침체와 건설업계 구조조정, 그에 따른 공급 감소가 지속된다면 향후 시장은 수급불균형이 올 수 있다”면서 “멸실과 신축이 자연스럽게 교체돼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호기가 올 것이고 그때까지 무리한 사업추진보다는 미분양 등을 처리하며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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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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