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홈쇼핑도 '젖병'·'분유'는 못팔아요"

홈쇼핑방송 상품편성 금기들

입력 : 2013-01-09 오후 5:26:12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세상의 모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만물상' 홈쇼핑에도 팔지 못하는 물품들이 있다. 우선 술과 담배 등 법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 떠오르지만, 업계 특성상 수익성과 판매율 등을 고려해 금기시 하는 제품도 상당수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은 방송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판매가 법으로 금지된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술과 담배. 술은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이하 방송광고 심의 규정) 상에는 맥주 등 알코올 성분 17도 미만 주류는 판매를 허용하지만 주세법으로 규제해 홈쇼핑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홈쇼핑채널의 속옷방송 모습. 오후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속옷 착용 모델 출연이 제한돼 있다.
담배도 청소년보호법과 방송광고 심의 규정 등에서 홈쇼핑 방송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규제하는 건 온라인 특성상 명의도용을 이용한 미성년자들의 구매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제분유나 우유, 젖병, 젖꼭지 제품도 방송광고 심의 규정에 묶여 있다. 모유 수유를 권장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홈쇼핑에서 분유나 젖병 판매를 금지하는 것.
 
업계 관계자는 "가끔 분유나 젖병을 싸게 판매해 달라는 요청 전화가 들어온다"며 "이경우 법으로 금지 돼 있다고 설명하면 의아해 하면서 믿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가 자체적으로 판매를 기피하는 상품들도 있다. 애견물품이나 바둑 비디오처럼 고객층이 제한된 상품이나 단가가 4만원 미만인 저가 제품들도 수익성이 떨어져 판매하지 않는다.
 
시간과 요일별로 방송에 나가지 못하는 제품들도 있다.
 
홈쇼핑사들은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속옷 방송을 편성하지 않는다. 지난 2007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가 ‘상품 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만들면서 청소년 보호시간대인 해당 시간에는 아예 속옷 판매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속옷 상품 관련 프로그램의 경우 06시부터 22시까지는 속옷 착용 모델 출연도 제한된다. 신체 노출이나 신체 특정 부위를 부각해 선정적으로 방송하는 것도 금지됐다.
 
이에 따라 오전이나 낮 시간 주부 대상으로 하는 속옷 판매 방송에는 마네킹이 사용되고 있다. 대신 드레스 등 겉옷을 갖춰 입은 모델이나 쇼핑호스트들이 옷걸이에 걸린 속옷들을 들고 포즈를 취한다.
 
주중 오전에는 대형 가전제품을 편성하지 않는 것도 홈쇼핑 업계의 불문율이다.
 
홈쇼핑 관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은 가전은 오전 시간에 TV시청이 가능한 전업주부 혼자서는 결정하기에 고가이기 때문"이라며 "대형 가전제품들은 9시 뉴스가 끝난 10시 이후에 주로 편성됐으나 최근에는 주말에 방송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TV홈쇼핑사들은 주말에 보험을 잘 편성하지 않는다. 보험 방송의 경우 방송을 보고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상담예약을 하면 이후 보험전문 상담원들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안내를 한 후 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상담원들이 고객에게 바로 전화를 할 수 없는 주말에는 편성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일요일보다 토요일에 보험 방송을 더욱 찾아 볼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홈쇼핑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상품과 편성을 깨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며 "단적인 예로 모델 중심의 상품 방송에 평범한 일반인을 사용하거나 토요일 오전 주방용품 위주 방송을 패션상품으로 바꿔 이른바 대박을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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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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