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가 부실하게 진행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간에 쫓겨 무리한 일정을 짜면서 인수위원들이 인원을 나누어 업무보고를 받는 일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인수위가 공개한 업무보고 스케줄에 따르면 경제2분과는 오는 16일 16시 ~ 18시에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다. 그리고 17시 ~ 18시에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한 분과가 두 부처로부터 같은시간에 업무보고를 받게 된 것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스케줄이 다 정해져 있다”며 “인수위원, 간사가 서로 바꿔가면서 할 것이다. 행정부의 업무 지장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일정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이는 위원회가 효율적인 업무보고를 위해 내세웠던 ‘1일 1분과별 1부처, 소관 부처가 많은 분과위는 2회 개최’ 보고원칙과도 위배된다.
경제2분과는 16일 농촌진흥청, 방통위와 농림수산식품부까지 3개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특히 경제2분과가 맡은 방통위 통신 부문은 ‘통신비 가입비 폐지’ 등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분야다. 만약 경제2분과가 한정된 시간 동안 방통위와 농촌진흥청을 오가며 업무보고를 받을 경우 중요한 업무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보고가 부처들의 의견을 위원회가 듣기만 하는 시간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부처들은 기본적으로 ▲ 일반 현황 ▲ 추진 중인 정책 평가 ▲ 주요 현안 정책 ▲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 세부 계획 ▲ 예산 절감 계획 ▲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 개선 계획 ▲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 계획 등 7가지를 인수위에 보고해야 한다.
촉박한 시간 탓에 업무보고 시간에 인수위가 부처 보고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부처 46곳 중 업무보고 시간이 1~2시간 뿐인 곳이 34곳으로 보고시간이 촉박하다. 또 인수위는 업무보고 시간 외에는 추가로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부처 보고 내용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뜻과 맞지 않더라도 인수위는 일단 수용할 계획이다.
박 당선자의 인수위원 선임이 늦어지면서, 이전 인수위들보다 업무보고가 열흘 정도 늦어졌다. 반면 정부조직 개편, 새정부 정책방향 수립, 총리 지명과 내각인선 등 중요한 업무들이 산적해있다.
이전 인수위와 비교해 업무보고를 받을 부처 숫자도 늘어났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는 일주일 동안 33곳,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는 13일 동안 43곳의 업무보고를 받은 반면, 박근혜 당선자의 인수위는 일주일 동안 46곳에서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
업무보고 기관은 또 더 늘어날 수 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 대상에서 빠졌던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을 방식을 바꿔서 추가할 전망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한은과 금감원은 필요하다면 분과위원회에서 다른 방식을 통해 내용을 보고 받겠다"며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알아보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