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박근혜 소통은 '유신시대 스타일'

입력 : 2013-01-10 오후 5:42:5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신비주의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갉아 먹고 있다. 겉으로는 대국민 소통을 추구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시절에 덕을 톡톡히 봤던 신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통(不通)'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사무실을 꾸릴 때만 해도 국민들과 소통하겠다며 초대형 브리핑룸을 마련했다. 인수위 출입등록 기자수만 900명 안팎이고, 기자석도 394석에 달한다.
  
17대 인수위와 비교해 취재 공간이 3배 가량 늘었으나 오히려 소통은 더 어려워진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대대적인 함구령을 내린 탓이다. 인수위에서 설익은 정책들이 무질서하게 나와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고, 이것이 새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인수위 관계자들이 입에 '제대로' 거미줄을 친 이유다.
 
언론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대변인은 더 가관이다. 공식 발표문을 '또박또박' 읽는 수준이다. 기자들의 질의 응답을 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기사거리가 되네 안되네를 대변인이 판단해준다. 발언에 대한 배경이나 취지·상황 설명은 기대하기도 힘들다.
 
인수위원들도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 '곧 발표가 있을 것이다', '죄송하다' 등의 발언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전화 통화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 아예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휴대전화를 정지한 위원도 있다.
 
인수위가 출범한지 닷새가 됐지만 변변한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다. 16·17대 대통령직 인수위의 경우 출범과 동시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해 인수위 일정과 조직도·전화번호 등을 공개한 것과 대조된다.
 
겉으로는 국민과의 대소통을 추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신시절 때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취재는 고사하고 인수위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조차 해결할 길이 없다는 하소연도 자주 들린다. 철통 보안이 일방적인 통보를 낳고 있다. 
  
사실 오보 양산을 줄여 국민들의 혼란을 줄이자는 의도 자체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방식과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었다. 언론은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인사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창구 중 하나다. 제18대 인수위가 이를 저지하는 것은 언론 통제와 다름 없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대통령 당선자와 소통할 길은 인터넷과 언론보도 정도다. 이 두 창구를 거의 폐쇄하다시피 하면서 진정한 소통을 바란다고 하면 그 누가 신뢰를 보낼 것인가.
 
당 대표 시절에는 신비주의가 통했을지 몰라도 대통령은 다르다. 인수위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사나 정책에 있어서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통보만으로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번 인수위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외치고 있는 '낮은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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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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