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부의 기습적 전기료 인상으로 철강업계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철강업종은 전기사용량이 많은 대표적 업군이어서 전기료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지난 2011년부터 이번까지 총 4번의 전기료 인상으로 모두 9300억원의 전기료를 추가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오는 14일부터 산업용 전기료가 4.4%인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따라 업계 전체적으로 1700억원대의 추가요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2011년 두차례, 2012년 한차례 그리고 이번 인상 등 최근 4번의 전기료 인상에 따른 전기료 추가부담액은 총 93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전기로를 사용하는 제강사 사정은 고로사보다 더욱 심각하다. 2011년 기준 매출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타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세아베스틸(5.7%)과 현대제철(4.9%)은 이번 인상으로 인해 각각 350여억원, 66억원 정도를 더 납부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전기료는 약 8000억원 정도로 2011년 12월, 2012년 8월 인상분으로 인해 2011년(7000억원)보다 약 1000억원 가량을 더 냈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2011년에는 1270억, 2012년에는 약 1330억원(부가세 제외)을 납부했다.
국내 1위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이번 인상으로 인해 약 300억원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매출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2011년 기준)로, 다른 철강업체에 비해 전기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전력 사용량의 80%가량을 철강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이용한 자가발전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철강사의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철강 시황이 여전히 어렵고 기타 원가 부분에서 '마른 수건 짜기'식의 절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추가 상승은 부담스럽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전기료 인상안이 전해진 지난9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철강업계 신년인사회를 찾아 업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 소식에 "일할 맛이 안 난다"며 "이전에는 일년에 한번 정도 인상됐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이 올리는 것은 너무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워낙 수요업계가 어려워서 전기료 상승을 이유로 판매가를 인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다른 관계자는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생산비용 증가로 벼랑 끝에 떠밀린 기분"이라면서 "건설이나 조선업계 등 수요업계가 함께 어려운 실정에서 단가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대형 장치산업으로서는 대단히 난감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상의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2000년 들어 한전의 적자를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 폭이 70.7%에 이른다"면서 추가적인 (요금)인상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대체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철강업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종으로서는 전기료 인상 이슈는 부정적이지만 고로업체보다 전기로 업체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체의 보유설비에 따라 영향은 제한적이되, 실질적인 이익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금액이 크지 않지만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업체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철근과 형강 등의 평균판매단가(ASP)만 상승한다면 전기료 인상분에 의한 손해는 상쇄할 수 있겠지만 지금 워낙 시황이 안 좋아서 업체들로서는 판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