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규제 반발, 원인과 대책은

입력 : 2013-01-14 오후 6:23:33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게임규제를 둘러싸고 해당업계가 유례없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새누리당 의원 17명은 청소년 게임이용시간 강제단축 및 게임심의 강화, 부담세 징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게임 과몰입에 의한 폐해를 막고, 그 의무를 게임사에게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남궁훈 위메이드(112040)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항의 표시로서 국내 최대 게임행사인 지스타에 불참할 것을 전격 선언했고, 주요 오피니언 리더급 인사들이 지지를 표한 상태다.
 
업계에서 이같은 초강경대응은 일찍이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
 
게임사들의 논리는 크게 두가지다.
 
얼마든지 법망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많기 때문에 규제 강화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과 해외게임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이테크 기반의 수출효자산업인 게임을 두고 육성을 못할 망정 억압하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해라고 주장한다.
 
게임사들의 규제 반대이유를 현실에서 찾는 이들도 많다. “이제 게임업계는 코너에 몰렸다. 쥐도 위급하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임산업은 그간 견조한 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신성장동력 부재로 인해 정체된 모습이다. 국내에서 ‘리니지’급의 '대박' 온라인게임이 나오지 않으니 ‘리그오브레전드’ 등 외산게임이 그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다 게임 이용환경 중심축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뀜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국내 게임 상장사 대부분이 PC 온라인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한국 게임시장이 성장기를 끝내고 성숙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마저 강화되니 업체들로서는 거세게 반발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가 매출에 당장 영향을 끼치는 면도 크지만 무엇보다도 종사자들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행동반경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피해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 리그오브레전드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칫 섣부른 대응은 사태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십수년간 규제에 대응한 결과물이 '현상유지'라는 점을 감안할때 앞으로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 상당수가 개발자 출신이어서 외부 요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측면이 있다”고 “이들부터가 자존심을 앞세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폐해가 지적된 지 십수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업계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규제론자는 “업계가 게임 과몰입 이유를 '사회가 불안하고 청년들이 취업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추상적인 대답으로 회피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꼬집었다.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게임사 오너는 수조원대의 자산가가 되고, 회사 역시 다른 산업 대비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사회에 실제로 기여하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뒤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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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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