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무리한 부동산대책 마련 지시에 중개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각종 부동산규제 완화 소식이 전해지자 매도·매수자간 각자의 기대감이 커지며 거래 공백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에서 중개수수료로 먹고사는 중개업소를 필두로 이사 관련 현장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인수위는 국토부와 재정부, 금융위 등 주택관련 주무부처에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부처별로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인 지분매각제를 통한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시장에서는 국회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단기 보유 양도세 중과 완화, DTI 규제 폐지 등을 기대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매수자들은 세금 절감 및 자금 유통 경로 확대 등을 예상하며 거래를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매도자들도 대책 이후 시장 호전에 대비해 호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5억8500만원 선에 거래되던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43㎡는 최근 부동산대책 기대감에 호가가 6억원선까지 올랐다.
매수·매도자간 희망가격과 거래시기가 엇갈리며 시장은 ‘거래 실종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조사결과 올들어 서울 아파트 총 거래신고량은 375건에 불과하다. 전월 6777건 대비 겨우 5% 수준이다.
개포동 K공인 대표는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에 매도자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어 급매물을 희망하는 매수자와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중개업하는 입장에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거래 지연 현상은 중개업소와 법무사, 이사업체 등 관련업계에 피해를 미치고 있다. 거래 연결에 따른 중개수수료를 받거나 관련 법적 절차를 대행하는 수수료, 이사 대행비를 받아 사무실 운영과 생계를 이어가야 하지만 거래 단절에 개점휴업 상태다.
용인 T공인 관계자는 “거래 당사자는 유리한 시점에 거래 시기를 조절해도 상관이 없겠지만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업종은 당장 사무실 운영비조차 마련하기 힘들다”며 “부동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선발표 후대책 마련 방식은 시장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수위가 섣부른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부동산 현장 생태계가 몰락하고 있는 분위기인 셈이다.
정책적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인수위의 신중함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부동산은 사유재와 공공재가 함께 공존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잦은 편이고 그에 따라 시장 반향도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며 “도입 시기와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시장에 유출함으로써 시장에 왜곡현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