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부사채 발행..기업 자금조달 창구로 확대될까?

자금조달 어려움 겪고 있는 동부팜한농, 돌파구로 모색

입력 : 2013-01-21 오후 3:34:21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동부그룹의 농업·식품분야 대표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담보부사채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자금조달의 양극화로 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부팜한농이 무보증사채가 아닌 담보사채로 투자자 확보에 나선 것.
 
대다수 전문가들은 동부팜한농의 담보부사채 발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울산비료공장이라는 담보 제공으로 신용이 보강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담보부사채 발행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용등급 BBB 이하의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확대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동부팜한농, 1400억 규모 담보부사채 발행 나서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부팜한농은 NH농협증권(016420)을 발행주관사로 선정하고 총 1400억원 규모의 담보부사채 발행에 나선다.
 
담보부사채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발행하는 사채다. 기업의 신용도에 비해 높은 신용등급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어 조달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채권이다. 하지만, 담보부사채 발행과 관련해 기업의 물적 담보물에 대한 제한이 엄격해 그간 발행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시장에서 잘 소화되지 않은 담보부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동부팜한농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용등급 'BBB+'로 투자등급인 동부팜한농은 지난 17일 2년물로 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기관 수요가 없었던데다 발행금리가 5.40%에 결정되면서 많은 조달 비용을 감수했다.
 
이종희 하나대투증권 DCM실 이사는 "동부팜한농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무보증사채가 아닌 담보부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그만큼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민정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위원도 "회사채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적격이라도 BBB급은 프리미엄이 많이 부과된 상태"라며 "특히, 동부그룹의 리스크가 반영된 동부팜한농은 담보로 신용을 보강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비료공장 담보 제공에 담보부사채 신용도 한 단계 'UP'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동부팜한농이 제공한 담보물건의 자산 가치를 고려할 경우 신용보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동부팜한농은 이번 담보부사채를 발행하면서 울산 남구에 있는 울산비료공장을 담보로 담보부사채 발행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에 나서기로 했다.
 
담보자산인 울산비료공장의 감정가액은 3510억원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선순위 담보제공액 1170억원을 제외한 단순 담보비율은 167% 수준이다.
 
담보 제공으로 동부팜한농의 제 13-1, 13-2회 담보부사채의 신용등급은 기존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인 BBB+보다 한 단계 높은 'A-'로 상향 조정됐다.
 
신용 위험이 발생할 경우 담보자산인 울산비료공장으로부터 회수 가능한 금액을 감안해 평가한 것이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동부팜한농의 이번 담보부사채는 부동산 담보신탁 계약을 통해 제공된 담보물건의 자산 가치를 고려할 경우 신용보강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도 "동부팜한농의 담보부사채 평가는 동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초로 하고, 동부팜한농의 크레딧 이벤트(신용 사건) 발생시 담보자산으로부터 회수가능한 금액을 감안했다"며 "그 결과 담보자산의 가치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대비 1 Notch 상향 기준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저신용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확대될 것 VS 은행 담보 대출이 더 쉬어
 
동부팜한농의 담보부사채 발행을 계기로 회사채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창구에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동부팜한농의 담보부사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담보부사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채 발행에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담보로 신용을 보강한 담보부사채는 신용등급 'BBB' 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담보부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는 많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동부팜한농의 담보부사채가 성공적으로 발행되면 주관사인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괜찮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이사도 "담보부사채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담보가 조건을 충족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이 문제를 충족한다면 담보부사채가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확실한 담보가 있는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외면하고 절차가 복잡한 담보부채권 발행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기업 정서상 자금 조달 창구의 1순위는 은행"이라며 "기업들이 담보가 있다면 은행에서 손쉽게 담보대출을 받지 금리를 낮추기 위해 절차가 복잡한 담보부사채 발행에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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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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