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때문에"..운송·유통 '울고' 관광·홈쇼핑 '웃다'

올 겨울 한파와 폭설로 피해입은 기업 46.7%

입력 : 2013-01-23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1 비누와 세제를 만드는 A사는 영하 17도의 한파로 주요 생산설비가 동파되는 사고를 당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일 재고없이 팔려나가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하루 매출이 날아간 셈"이라며 "이상기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2 매서운 한파 덕에 미소를 지은 업체도 있었다. 홈쇼핑 B업체는 "올 겨울은 매출이 예년 겨울에 비해 10%이상 올랐다"며 "추운 날씨 탓에 소비자들이 야외쇼핑을 줄이고 TV 홈쇼핑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운송업과 유통상점, 보험, 외식 업종은 피해를 입는 반면 의료, 관광, 홈쇼핑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상변화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46.7%가 올 겨울 한파와 폭설로 경영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혜택이 있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5%, "영향이 없었다"고 답한 기업은 50.5%로 집계됐다.
 
◇한파로 인한 피해업종과 혜택업종(출처: 대한상공회의소)
 
◇한파 영향, 운송·유통·보험 "피해"..의료·관광·홈쇼핑 "혜택"
 
한파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종은 ▲항공·운송업(Carriage) ▲오프라인 유통업(Offline store) ▲보험업(Life Insurance) ▲외식업(Dining) 등 이른바 'C.O.L.D' 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중 특히 항공·운송업은 조사기업 28개사 중 85.7%가 "피해를 입었다"고 답할 정도. 이어 보험(73.7%)과 외식(70.0%), 오프라인 유통상점(60.9%)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보건·의료(50.0%), 관광(20.0%), TV홈쇼핑 등 무점포 유통(8.7%) 업종은 한파로 인해 혜택을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한파나 폭설로 인한 결항과 낙상·교통사고 등이 늘면서 항공·운송, 보험, 외식업 등이 경영에 차질을 빚었다"며 "반면 설경을 즐기러 오는 외국인들로 관광업계가 바빠졌고 안방 쇼핑인 TV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 절반 "날씨 기업경영에 활용한다"
 
한파나 폭설 외에도 폭염과 태풍, 가뭄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면서 날씨정보는 기업 경영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질문에 56.7%의 기업은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고, 10.6%는 '혜택을 받는다'고 답했다.
 
날씨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계절은 여름(55.9%)으로 2위인 겨울(41.3%)보다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기상이변은 한파·폭설(87.8%)과 태풍, 홍수(79.1%)였으며, 폭염(36.2%)과 황사(12.2%)도 영향을 적잖이 미쳤다.  
 
매출 증대나 비용 절감을 위해 날씨정보를 기업 경영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응답기업의 절반에 해당하는 50.5%에 해당했다. "활용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도 44.2%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항공·운송 기업의 92.9%가 "날씨를 기업경영에 활용중"이라고 답했고 문화컨텐츠업은 88.9%, 건설업도 75.0%로 그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기업의 74.8%는 '기상이변에 대한 마땅한 대비책이 없다'고 밝혀 자연재해에 대한 심각성을 더했다. 때문에 기업들이 기상정보 활용도를 높이고 기상재난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하면서 기업에게 있어 날씨는 유가나 환율, 금리만큼 중요한 경영변수로 자리잡았다"며 "기업은 날씨경영을 통해 기상이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 기회도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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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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