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사업가 H씨는 지난 4일 닛산의 럭셔리 SUV ‘인피니티 QX56’을 구입했다.
상습정체 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초입을 운전하던 그는 가·감속시 RPM(revolution per minute)의 심한 변동은 물론 거리조절 기능까지 먹통이 되면서 당혹스런 상황을 겪어야 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들 사이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고,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화가 난 H씨는 한국닛산 서비스센터를 찾아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지만, 담당자는 “차량 점검 후 연락 주겠다”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그는 이어 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전자제어장치(ECU), 전자식룸미러(ECM), 안전거리유지장치(ICC) 등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요구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직원은 이마저도 “국내 모델과 북미 모델은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H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닛산 SUV 2011년형 'QX56' 파워트레인 부문(ECU) 업그레이드 공시.
앞서 닛산은 북미지역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7월 2011년식 ‘인피니티 QX’ 모델에 대해 소프트웨어를 전면무상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도록 공시했다. ☞
닛산 QX56 ECU 업그레이드
당시 닛산은 인피니티 QX 모델이 다운 시프트 크루즈컨트롤(Cruise control)을 사용할 경우 거친 변화와 가속의 망설임 등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ECU 업그레이드를 결정했다.
한국닛산 측은 "ECU, ECM, ICC 업그레이드에 대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본사와 업그레이드 가능 여부에 대해 논의중"이라며 "진행되는 추가 사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체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와 혼다 등 다른 일본 수입차 브랜드들도 차를 팔기에만 혈안이 됐을 뿐 고객에 대한 서비스는 소홀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됐음에도 수입차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후 서비스(A/S) 등 내실 강화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소비자 불만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소비자불만 건수는 1만대당 10.8건으로 국산차(5.0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수입차 한 운전자는 “서비스 문제에 대해 항의를 하면 블랙컨슈머로 낙인 찍힐 수 있다”면서 “수입차 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고객의 목소리가 큰 지역에서만 서비스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입차 업체들은 서비스에 대한 고지 불성실은 물론 비싼 가격, 긴 수리기간 등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