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글로벌 자금이 일본 증시로 모여들고 있다. 엔화 약세 기조가 11주 연속 이어지며 일본 증시의 강한 랠리를 이끈 영향이다.
28일(현지시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년 9개월만에 장중 1만1000선을 돌파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장중 91엔까지 오르며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 호전 기대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가 시작된 지난 11월 중순 이후 23%나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주요국 증시가 10%대의 상승폭을 기록한 것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해외 주요국 증시 등락률 (자료:대신증권, 뉴스토마토)
이러한 일본 증시의 상승은 엔화 약세로 인한 외국인의 매수가 증가된 영향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환율이 일정 수준까지 오르는 것을 묵인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증시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성 차관은 "엔화 환율이 달러 당 100엔까지 오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최근의 엔저 현상은 그간 강세를 이어온 환율이 조정을 겪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주간 증시 매매동향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일주일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1962억엔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작년 연말부터 나타난 외국인 순매수세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연말 연시 연휴로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기간에도 외국인들은 일본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엔저로 일본 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부각되며 그 동안 소외받았던 투자 매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일본의 대표적 수출주인 소니와 도요타자동차, 혼다자동차가 올해에만 33.26%, 8.74%, 8.36% 오르며 외국인들의 투자를 이끌었다.
◇외국인 일본 주식 매매동향 (자료:일본 재무성, 뉴스토마토)
도시다 마사유키 라쿠텐증권 선임애널리스트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와 위험 선호경향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3분기(10~12월) 회계연도 실적 공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만큼 기업의 경영 성적이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시다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가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면서도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보타 마사유키 다이와SB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는 "일본 증시의 미래를 낙관한다"며 "정책 입안자들의 경기부양책이 엔저를 뒷받침하고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점이 호재"라고 전했다.
이어 "기업들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경우 주가는 일시적인 조정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