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시장 향방, 환율이 쥐고 있다"

(인터뷰)21년 '채권통' 이홍규 토러스투자證 채권본부장

입력 : 2013-02-04 오후 1:40:02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게임 룰이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예컨대 금리 방향성이 그렇고 스왑, 선물 등과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외국인을 포함한 각 기관과의 역학관계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독특하게 움직일 거란 얘기죠.”
 
이홍규 토러스투자증권 채권본부장(사진)은 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채권시장은 무엇보다 환율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환율을 포함한 돌발 변수로 꼽히는 요인들로 인해 예상에 따른 금리변동성이 주어지긴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채권은 통상 금리가 떨어져 가격이 비싸져야 수익을 낸다. 하지만 금리가 떨어져도 팔아야 하는 경우가 생겼고, 금리가 올라도 사야하는 경우가 생겼다. 환율이 개입되면 금리가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고 반대로 오를 듯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등락이 반복되면서 외국인들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도 감지되는 요즘이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모니터 앞에서 일분일초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환율 변동성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는 게 채권시장 구조입니다. 기존에 가진 단순한 생각은 버려야할 때죠.”
 
◇소형사 차별화 전략  "색깔 낸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작지만 강한 회사를 추구한다.
 
현재 토러스투자증권의 채권운용 사이즈는 200~300억원 정도. 채권본부 인력은 현재 10명이 전부다. 운용은 이 본부장이 전담한다. 본부의 주 업무는 영업과 인수, 상품운용 등 크게 세 가지다. 대형사들이 주로 운용을 특화한데 반해 중소형 증권사인 토러스투자증권은 영업과 인수 업무에 무게를 둔다.
 
“주로 90% 이상을 영업에 매진하는 상황입니다. 대형사에 비해 리테일망도 적고 네트워크 형성이 상대적으로 덜 갖춰진 점에서 운용수익을 내긴 힘들기 때문이죠.”
 
대형사의 경우 주 수익을 운용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또는 외환과 금리, 원자재 등과 관련된 현물과 파생상품 개발, 운용, 마케팅을 통합한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 쪽에서 창출한다. 그러다보니 인력도, 비용도 많이 드는 영업 분야는 레드오션으로 치부하고 중심에서 조금 비껴 두는 것이다.
 
“소형사긴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채권시장에서 ‘거래 좀 하는 증권사’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인수 라이선스를 뒤늦게 취득했음에도 일정부분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죠.”
 
토러스투자증권은 지난 연말 인수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올해 토러스투자증권은 은행채와 공사채, 구조화채권 등에 중점을 두고 역외시장을 공략하는 첫해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자본금이 필요한 업무는 대형·중형사 몫으로 두고 대(對) 외국인 업무나 헤지펀드 업무에 치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채권본부 인력을 현재의 3배인 3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못할 법 없잖습니까. 소형사 장점을 십분 발휘하려 합니다.”
 
◇'써먹을 인력' 직접 키운다
 
사실 초창기 채권본부 구성엔 애도 먹었다. 자본금이 적은 소형사라는 점은 시장 우수인력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고민 끝에 신입을 대거 선발했고 긴 호흡을 갖고 트레이닝을 시켰다. 애초부터 인력양성에 꿈을 뒀던 이 본부장은 어려운 가운데 외부 인사를 초청해 신입들이 교육을 받게끔 했다. 그 결과 1년 안에 이들을 실전에 투입시킬 수 있었다. 최단기간 전력화와 인력 정예화 덕분이다.
 
문제는 인력 스카우트 표적이 됐다는 점이다. 토러스투자증권에서 내공을 다진 인력 일부가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나 국내 대형증권사로 영입된 것이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으로 이동한 공동락 리서치센터 연구원도 앞서 토러스투자증권 합류 1년 만에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됐다.
 
“교육해서 끌어온 인력들이 3년차가 되면 큰 경험을 원하더군요. 공을 들인 만큼 아쉽지만 개인을 생각하고 채권시장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이제 5년차밖에 되지 않는 작은 토러스투자증권이 업계의 ‘사관학교화’돼가고 있다는 점이 말이죠.”
 
채권본부 평균 경력이 1년 반밖에 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 21년차 본부장은 두려울 수밖에 없는 존재겠지요. 하지만 제가 주니어들의 의견을 신뢰하고 있고 경험과 정보를 전달해 주는 최고정책책임자(CPO) 역할을 해준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녹아들어가서 소통을 할 수 있는 관계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주니어들과의 간극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토러스투자증권 채권본부는 회의가 적은 편이다. 10명의 인력이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빠른 의사결정과 빠른 피드백은 소형사가 가진 장점이다. 인트라넷을 통해 하루에 수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한다. 물론 문제의 소지가 있거나 수익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은 회의를 통해 해결한다.
 
◇스왑중개역 3년 경험은 큰 자산
 
1992년 신한증권 공채 출신인 이 본부장은 21년 채권경력 소유자. 국내 몇 없는 스왑중개 전문가기도 하다. 10년차에 돌연 떠났던 금리스왑시장 경험은 지금의 자산이 됐다.
 
“90년대 초반부터 싱가폴에 베이스를 둔 런던계 자금중개회사 ICAP나 털릿프리본 등이 원화스왑을 막 시작했습니다. 10년쯤 지켜보면서 앞으로 원화시장에서 스왑거래가 큰 역할을 할 거란 판단이 섰죠. 마침 친분이 있던 외국계 은행 딜러의 ‘새 물결을 경험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싱가폴 ICAP행을 택한 계기다. 급여는 절반으로 줄었다. 다시 주니어 시절로 돌아가 3년 동안 이자율스왑(IRS), 통화스왑(CRS)거래 시장을 익혔다.
 
“외도라면 외도지만 돌아보면 그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ICAP에서 거래했던 상대방이 대부분 싱가폴은행, 홍콩은행, 런던이나 뉴욕의 금융기관 고객이거나 시티은행 싱가폴, DBS 싱가폴 등인데 이들과의 인맥을 여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무형 자산입니다.”
 
인맥은 이 본부장을 끌어주는 원동력이다. 일단 친분관계가 형성되면 비즈니스 측면도 차선이다. 기관투자자들과의 비즈니스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얼마나 잘 되느냐가 먼저라는 설명이다.
 
“20년 넘게 한 가지 일만 하면서도 일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죠. 앞으로 예감 또한 좋습니다. 토러스투자증권 채권본부가 명가 하우스로 거듭나리란 확신이 있어요. 아직은 변방의 작은 하우스지만 레벨 업은 시간문제로 보고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쏟아 부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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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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