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현 현대證 전무 "올해 채권운용 관건은 레인지 트레이딩"

"FICC 목표 170%..도전적 '과제'"

입력 : 2013-02-18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올해 채권운용의 관건은 레인지 트레이딩입니다. 채권금리가 일방적으로 오르기도, 내려가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샀다 팔았다’를 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된 거죠.”
 
성철현(사진) 현대증권 캐피탈마켓 부문장(전무)은 15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벌어진 금리 차를 통한 캐리 트레이드 장세는 지나갔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올해 채권시장에서 유연한 대처를 통해 지나친 쏠림현상은 경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시장의 생각과 변수가 가격을 만들어 냅니다. 시장에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죠.”
 
‘시장은 항상 옳다(Market is always right.)’는 그의 투자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채권 3세대는 '파생'
 
무엇보다 올해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고 성 전무는 말한다. 바로 파생과 해외채권시장이다.
 
“최근 홍콩과 싱가폴 출장에서 만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채권을 기가 막히게 잘 알고 있더군요. 그들은 한국채권의 절대 금리보다 상대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링깃 채권을 가지고 있다가도 한국채권이 싸 보이면 사는 그런 플레이를 하는 거죠.”
 
100% 개방된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들락날락한다. 1월말 현재 외국인 채권 보유잔액은 91조원 규모.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투자성향은 통상 우수한 정보 수집 능력과 신속한 대응 능력에 기인한다. 상대가치를 중요시하는 외국인들은 전 세계 경제 펀더멘털을 모두 본다.
 
앞서 현대증권은 지난달 홍콩과 싱가폴에 위치한 38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국투자전략에 대한 마케팅과 세미나를 실시했다.
 
특히 ‘채권파생세대’로 들어선 지금은 선물과 옵션, 스왑 등 파생관련 개념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커지고 복잡해진 파생은 채권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설명이다.
 
“1세대 채권시장이 장부가세대였다면 2세대는 시가평가세대입니다. 그리고 3세대인 지금은 채권파생세대죠. 파생을 모르고는 시장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자산관리영업 강화나서
 
현대증권의 현재 채권운용 사이즈는 총 12조원 규모다. 고객 북과 고유자본 북(프랍북) 등 둘로 나뉘는데 이중 환매조건부채권(RP)이 7조원, 주가연계증권(ELS)이 2조5000억원, 파생결합증권(DLS)이 2조5000억원 가량 된다.
 
규모에 맞게 조직도 확충했다. 성 전무 영입 후 현대증권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총 8개 부서로 나뉘는 FICC운용본부와 FICC영업본부를 분할했다. 8개 부서에는 현재 총 80여명의 인력을 뒀다.
 
운용본부는 채권상품운용부, 채권운용부, FICC투자부 등 3개 부서로 나뉜다. 영업본부는 기관영업을 담당하는 채권영업부와 리테일채권 판매를 주관하는 채권마케팅부, FICC 관련 구조화 상품의 운용 및 세일즈 업무를 담당하는 FICC파생운용부 및 FICC 세일즈부와 기업어음(CP)이나 신규 비즈니스, 외국인 채권투자·중개·투자자문·컨설팅을 돕는 채권금융부 등 5개 부서다.
 
현대증권 FICC는 올해 전체 수익목표를 도전적으로 잡았다. 경영진 의지에 맞게끔 목표는 높게 두고 현재와의 갭을 메우는 게 ‘할 일’이라고 성 전무는 말했다.
 
“작년 대비 70% 이상 수익 목표를 잡았습니다. 목표가 높아야 달성의지가 나오기 때문이죠. 목표가 낮으면 그것 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올해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남들보다 먼저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증권은 올해부터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한다.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포화된 영역에 비해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보는 겁니다. 현대증권이 상대적으로 늦은 편에 속하지만 일단 북 사이즈가 알차고 짧은 시간 내 여건을 갖췄기 때문에 충분히 강점을 갖고 갈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현대증권이 올해 Product Innovation팀을 신설하여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FICC상품을 개발하고, 운용성과도 제고하여 고객 자산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
 
해외 영업 비중도 늘린다. “저성장·저금리인 현재 글로벌 투자는 불가피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아시아 크레딧 물을 위주로 담습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달러화 RP 시장도 전망이 밝습니다.”
 
다만 과거 베트남·중국 사례와 같은 글로벌 쏠림현상은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성 전무는 지적했다. 예측 없이 뛰어들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에 있어 쏠림현상은 조심해야 합니다. 스텝바이 스텝을 통해 해당 국가의 제도와 법률, 세금관계 등에 대해 공부하고 현지인 채용을 통해 그의 경험을 충분히 배우면서 전진해도 부족한데 말이죠.”
 
자산관리 영업의 주축인 PB 육성 차원에서 조직적인 교육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2011년 10월부터 리테일직원을 PB로 전환하고 등급제로 PB를 육성 중인 현대증권은 주니어PB에서 시작해 시니어PB를 거쳐 마스터PB까지 3단계로 PB를 분류하고 집중 연수를 시키는 중이다.
 
◇국내 FICC 선구자.."역경 통한 성장"
 
성철현 전무는 채권 분야에서 쌓아온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지난해 현대증권에 새 둥지를 튼 성 전무는 지난 2006년 우리투자증권에서 국내 금융투자업계 처음으로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를 도입했다.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야 했죠. 직접 외국계 회사를 찾아다니며 외국계 스왑 데스크부터 FX 데스크, 상품영업 비즈니스 등을 묻고 다녔습니다.”
 
2006년 우리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ABN암로와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체결했다. 장외파생상품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회사가 내린 결정이었다.
 
암로가 1년 반 만인 지난 2008년 영국계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으로의 인수가 결정되면서 정신이 없어진 탓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역경을 통해 성장의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FICC본부 셋업 후 맞은 리먼사태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파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요인이 중첩됐음은 물론이다. 초기 3명의 빠듯했던 인력이 60명까지 늘어난 배경이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슨 FICC냐’는 의견이 우세했죠. 그렇지만 운이 좋았습니다. 인복이 많았죠. 시기적절하게 미들 오피스와 백 오피스, 퀀트를 비롯한 부문에서 탁월한 인재를 얻을 수 있었고 그들과 뜻이 맞았다는 점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덕분에 현대증권까지 오게 된 겁니다.”
 
그의 집무실 화이트보드에 쓰인 글이 눈길을 끈다. 역발상(Contrary thinking)과 인내(patient), 지식(knowledge), 근면(diligence) 등이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선 안 됩니다. 참고 기다리는 인내도 필요합니다. 남의 것에 의존하지 않고 반대 입장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식은 기본이고 부지런함은 우선돼야 합니다. 세상을 직관하는 시야를 넓히는 것은 필수입니다. 모든 게 수익을 내기 위함이죠.”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 많이 알고, 직접 할 줄 알고, 시킬 줄 알고, 지도하고 평가할 줄 안다)이라는 리더의 덕목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약력>
2012.05 - : 현대증권 캐피탈마켓 부문장(전무)
2012.01 - 2012.04 : 우리투자증권 Sales & Trading사업부 상품운용본부장
2009.07 - 2011.12 : 우리투자증권 Trading사업부 Capital Market 담당
2009.01 - 2009.05 : 우리투자증권 Trading사업부 FICC Group長
2007.07 - 2008.12 : 우리투자증권 Trading사업부 Non-Equity Trading Center長
2006.03 - 2007.06 : 우리투자증권 운용사업부 FICC파생팀장
2004.04 - 2006.03 : 우리투자증권 채권영업팀장
1998.01 - 2004.03 : LG투자증권 채권운용팀장
1995.04 - 1997.01 : LG투자증권 선물옵션운용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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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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