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토리)제발 저린 장관 내정자의 안내도 될 세금 납부

입력 : 2013-02-18 오후 6:04:2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아주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법적으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사람이 과거에 세금을 낼 걸 못냈다면서 수십년 전의 일을 스스로 들춰서 세금을 냈답니다.
 
세금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내기 싫은 것이 국민의 성향일텐데요. 스스로 안내도 될 세금을 내겠다고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국가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박근혜 정부의 국방을 책임질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김 내정자는 1986년 내정자의 장인이 내정자의 배우자에게 땅을 구입해주면서 장남과 공동명의로 등기했는데, 당시에 증여세를 내지 못했다면서 내정 직후인 지난 14일 52만원의 세금을 자진납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인의 증여로 배우자와 아들이 땅을 매입한지 무려 28년만에 세금을 납부한 셈입니다.
 
장관 내정 직후 언론에서 부동산 증여세 미납 의혹을 제기하자 여론에 못이겨 자진납세한 것이지요.
 
김 내정자의 자진납세는 외형상으로 보이는 것 외에 더한 블랙코미디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법적으로만 보면 김 내정자는 세금납부 의무가 없습니다.
 
상속세를 포함한 대부분의 세금은 신고납부제도에 의해 징수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스스로 알아서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지요.
 
근로자들의 근로소득세의 경우 원천징수제도를 통해서 자동으로 세금을 떼어가도록 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그외 법인세, 부가가치세, 양도소득세 등은 상속·증여세와 마찬가지로 신고납부제를 따르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주기적인 세무조사를 통해 신고가 잘 되었는지를 감시하는 것은 자진신고의 허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지만, 허점은 남게 마련입니다.
 
고의적으로 세금을 덜내거나 안 낸 사람도 있고, 실수로 세금을 누락한 사람도 있습니다.
 
김 내정자의 경우 고의인지 실수인지는 알수 없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28년간 국세청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고, 법적인 납세의무가 끝난 세금을 냈다는 점입니다.
 
국세부과제척기간, 즉 국세를 징수할 수 있는 기간은 기본적으로 5년입니다. 상속·증여세의 경우 고의적인 포탈은 15년까지 부과제척기간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 규정은 1986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8살짜리 아이가 임야 10만㎡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일반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법적으로는 무려 28년전의 세금을, 가산세도 적용되지 않는 고작 52만원의 세금을 지금에 와서 납부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김 내정자의 자진납세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내정자의 제발저림이 가져온 해프닝에 가깝습니다.
 
하나 더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낼 필요가 없는 세금을 냈는데 그것을 받은 세무당국은 또 뭘까요? 세정당국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세금을 냈다면 그것을 받은 세무당국도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고 쓴 웃음을 짓는군요.
 
어쨌거나 자세한 내막은 개인납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으니 알수 없지만, 제발저린 장관 내정자의 자진납세는 여러가지로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사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혹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뒤늦게 세금을 납부한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많이 있었지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해외강연료 등 신고하지 않은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1000만원을 뒤늦게 납부했고,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동산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소득세 250만원을 추가로 납부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도 정권 초기 행정안전부 장관 인사청문회 시절 이중소득공제 사실이 드러나 소득세 152만원을 추가납부했으며,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장녀의 주택구입에 8000만원을 편법증여한 것이 드러나 증여세 600만원을 뒤늦게 납부했습니다.
 
이쯤되면 모든 국민을 장관에 내정해서 인사청문회를 시켜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세금 정말 많이 걷히겠지요?
 
경제위기에다 복지확대로 돈들어갈 일은 많은데 국가재정은 바닥이니, 그렇게라도 하면 박근혜 당선자가 말하는 지하경제의 양성화가 어느정도 이뤄지지 않을까요.
 
장관하고 싶으면 세금 더 내고, 장관은 하고 싶지만 안낸 세금(?) 드러나는 것이 싫은 사람은 국무회의 수장인 대통령의 부름을 아예 거절하는 세상입니다. 그것도 언론이 파헤쳐서 들통나면 안낸 세금 내고, 들통날 것이 있으면 거절하고.
 
사생활 파괴란 표현은 언론도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니 부족한 재정이, 아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수입이 52만원이나 생겼습니다. 가난한 서민가구 한달 생활비가 국고에 들어온 셈입니다.
 
물론 한번 할 청문회를 여러 번해야 하는 효과가 생겨서 해서 세금이 더 들어갈 경우가 더 많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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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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