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구속 조현오, 재판부 훈계에 고개떨궈

재판부, 여러차례 피고인에 대한 엄중 처벌 강조

입력 : 2013-02-20 오전 11:23:55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피고인이 언급한 계좌는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경솔한 발언과 태도로 노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에게 명예를 훼손시켰다.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피고인 조현오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한다. 법정구속에 예외사유가 없다."
 
2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522호 법정. 재판부가 마지막 주문을 읽자 조 전 청장은 고개를 떨궜다. 방청객에서는 일제히 탄식이 흘러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이날 고(故) 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57)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50분가량 피고인석에 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판결 이유를 듣던 검은색 양복 차림의 조 전 청장은 이윽고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피고인 대기실로 향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의 혐의 사실과 이에 따른 판단, 양형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여러 차례 조 전 청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강조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이 경찰 고위직에 있으면서 구체적 근거 없이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며 "이로 인해 국가,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므로 표리부동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진실로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믿을만한 사람의 조직, 개인을 감쌀 것이 아니라 말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한 말의 근거를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최대한의 도리"라고 꾸짖었다.
 
이 판사는 또 "경찰 고위간부로서 신중하지 못한 태도로 경솔하게 강의했고 여전히 영향력이 있는 지위에서 스스로의 지위를 망각한 채 추측성 의혹을 반복했다"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재판을 지켜 본 조 전 청장 측 관계자들은 "형량이 너무 가혹하다. 법정구속은 예상하지 못했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중이던 2010년 3월 경찰관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발언해 같은 해 8월 노 전 대통령 유족들로부터 고소·고발당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조 전 청장을 고인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 유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 일반 상식으로도 중대하고 악의적인 발언을 하고도 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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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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