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농식품의 안정성을 인증하고 우수 제품을 홍보할 목적으로 도입한 농식품 국가인증제도에 대해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심품 국가인증제도는 친환경농산물과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등을 포함한 총 13종이다.
농식품 국가인증제도는 농식품부가 지난 2011년 차세대 녹색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3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기존의 식품관련 품질인증 제도를 정비하면서 도입됐다.
현재 운영중인 인증제도는 ▲유기가공식품 ▲친환경농산물(유기농) ▲친환경농산물(무농약) ▲친환경수산물 ▲친환경축산물 ▲농산물 우수관리 ▲HACCP ▲지리적 표시제 ▲전통식품품질(농산물) ▲전통식품품질(수산물) ▲수산물품질 ▲식품명인제 ▲KS가공식품인증 등이다.
농식품 국가인증제를 도입하면서 농식품부는 "유기농식품 산업규모를 연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며 "인증제도를 선진화하고 농업자원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지금은 홍보 부족으로 인증제도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
서울 신림동에 거주하는 강순이(여·56) 씨는 "시장에서 야채를 살 때 '유기농 마크'라고 붙어 있기는 한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홍보를 많이 해서 무슨 마크인지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식품부가 지정한 인증 중에는 유기가공식품·HACCP·지리적 표시제·식품명인제도 등 이름만 보고는 어떤 인증제도인지 알 수 없는 게 많다.
이와 관련 김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소비자들이 품질인증 농산물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정부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지속 홍보해야 한다"며 "너무 복잡하고 많은 인증은 오히려 홍보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했다.
인증제도를 통해 질 좋은 농식품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가 한 번에 의미를 깨닫게끔 간단명료하고, 기억하기 쉽게 각종 인증의 수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농식품부가 인증제를 도입 후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한 사후분석도 제대로 안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 인증제를 도입한 후 농가소득 증대와 소비자 인식개선 조사는 지난 2009년 12월이 마지막이다.
식품 생산과정을 과학적으로 관리해 위생상태를 높인다는 HACPP 인증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1월 기준으로 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는 3141곳이지만 이후 이들의 실적이 얼마나 개선됐고 소비자 인지도가 어느정도 올랐는지, 이들이 HACCP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전무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는 인증제가 농산물 판매 증가와 소비자 인식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인증제 도입에 따른 영향과 효과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인증에 대한 사후평가가 없으면 제도의 공적 신뢰도가 의심받게 된다"며 "인증기준 설정, 사후 감시·감독, 현지실사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무원 조직이라는 제한된 인력으로는 인증심사와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환경단체나 농협, 인증업무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제3의 업체와 연계해 인증제 사후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