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보통 '~데이'가 붙은 날은 보통 유통업체가 특정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해 만든 상술로 여겨진다. 그러나 '삼겹살데이'는 그런 통념에서 벗어나 있다.
불과 1년 전 '금(金)겹살'로 불릴 정도로 비쌌던 돼지고기 가격이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하자 유통업계가 시장에 과잉 공급된 돼지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양돈 농가를 돕고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돼지고기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7일 유통업계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오는 3월3일, 숫자 3이 겹치는 '삼겹살 데이'를 맞아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온라인 쇼핑 등에서 삼겹살 할인행사를 벌인다.
롯데마트는 2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삼겹살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이마트(139480)는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모든 매장에서 삼겹살을 최대 40% 할인한다.
GS수퍼마켓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국 모든 점포에서 100g에 1500원이던 삼겹살을 880원에 판매한다. G마켓은 27일 오전 10시 '하이포크 국내산 냉장 삼겹살 500g'을 기존 판매가의 반값 수준인 5500원에 2000개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
김원진 GS리테일 수퍼마켓축산팀장은 "삼겹살데이를 통해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났으면 한다"며 "고객들은 알뜰하게 삼겹살을 구매할 수 있고 축산 농가는 떨어지는 돼지고기 값 걱정을 줄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는 돼지고기 가격안정을 위해 모돈(어미돼지)을 10% 감축하는 등 생산량 감축 캠페인을 벌인다.
양돈 조합원이 보유한 모돈의 10%, 약 4만9000마리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12억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이처럼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한 것은 돼지 생산성이 향상된 탓이다. 지난해 여름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가격 조절을 위해 수입 물량을 대폭 늘린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 따르면 1월 돼지고기 수입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34.7%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5.3% 증가했다.
돼지고기의 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는 건 당연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 도매가격은 킬로그램(kg)당 3069원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48% 가량 하락했다.
돼지고기 생산비가 kg당 3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농가들은 돼지 한 마리(110kg)를 도축할 때마다 10만원 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렇게 돼지값이 떨어지는데도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값은 그대로여서 소비가 늘지 않고 있고 있다. 더불어 돼지 사료값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양돈농가는 생계를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돼지고기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오는 8월까지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돼지 도축 대기 물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돼지고기 소비의 성수기인 8월에도 돼지고기 가격은 kg당 3800원선을 넘지 않아, 전년동기대비 1000원 가량 낮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고기 값이 하락한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높기 때문"이라며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모돈을 줄이는 등 양돈농가의 자구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