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민주당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담화를 통해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에서 민주당이 발목잡기를 하면서 국정을 방해하고 있다는 여론을 기대하게 됐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실장은 “이번 담화로 새정부 국정 공백이 공론화되고, 민주당이 새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방송장악을 막는다는 민주당의 명분 역시 아직 설득력이 불충분하다는 평가다.
최한수 건국대 교수는 “민주당은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 실체가 없어 국민의 지지를 모으지 못했다”며 “큰 그림에서 보면 민주당이 전략적인 실수를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이번 담화가 박 대통령의 국정 책임성을 부각시켜 결과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를 호소하면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됐다.
만약 미래창조과학부 등 핵심 부처들의 성과가 미흡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새 정부 초반부터 박 대통령이 국회와 갈등을 겪는 것은 박 대통령이 리더십, 교섭력 등 정치력이 부족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졌다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한 것은 정치가 실종된 것으로, 자동차 범퍼를 떼고 운전하는 것처럼 국정 운영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민주당이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을 쉽게 양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방송장악을 막는다는 주장을 철회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양보할 경우 박 대통령에게 백기 투항을 하는 것으로 비쳐지게 돼, 야당으로서 의 입장은 오히려 더 굳건해 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구석에 몰린 민주당과 타협책을 찾아야 새누리당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여당이 운신의 폭이 있어야 되는데 박 대통령이 강경해서 선을 그으면서, 야당이 항복을 할 것인지 계속 버틸 것인지 선택을 기다릴 수 밖에 없어졌다”고 분석했다.
대국민 담화 발표 전 인사하는 박근혜 대통령(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