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선점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주주배당 여력을 미래 사업인 OLED 사업에 집중시키는 한편 의사결정을 분담할 수 있는 각자대표제로 변경하며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체제를 손질했다.
이익 의존도가 높은 애플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LG전자와 손잡고 OLED TV 시장선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8일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열린 제28기 정기주주 총회에서 올해 주주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또한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각자대표제로 변경했다.
이진효 LG디스플레이 국내업무 담당 상무는 "공동대표제는 의견 충돌 시 업무집행 지연을 초래하는 등 단점이 있다"면서 각자대표제는 효율적 사업 추진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여러 명의 대표들이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고 정관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긴급사안 발생 시 이사회 소집통지 기간도 '48시간 전'에서 '12시간 전'으로 36시간 단축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한 신주 및 사채 발행과 대규모 차입, 급격한 시황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 유치와 사업 조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급변하는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관 변경의 취지를 설명했다.
◇8일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열린 제28기 정기주주 총회 현장.
관련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OLED 시장 선점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 OLED 올인 전략은 향후 전망이 안개속인 애플에 대한 자구책이자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무려 8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흑자전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 주도권을 둘러싸고 애플과 삼성전자가 치열한 특허전을 벌인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고래 싸움에 LG디스플레이가 '반사이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애플의 차기작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경쟁사에 비해 애플 공급량이 압도적 우위에 있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인 LG전자가 새해 벽두부터 '올레드 TV'를 출시하며 시장선점에 나선 것은 백적녹청(WRGB)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전자와 디스플레이 내부에 사기진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선점에 고삐를 바짝 쬐고 있는 것도 최근 대내외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가 흑자전환 성공에 따른 주주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대신 미래에 투자키로 한 것은 연초부터 '시장선도' 의지를 표명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언을 의식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구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시장선도 상품으로 승부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스스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데 이어 지난 5일 "이제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마저도 그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재차 시장선도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시장선점에 발벗고 나선 이유도 성장동력 확보를 강조한 구 부회장의 강력한 주문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가 투자금 확보와 빠른 의사결정을 단순화 한 것도 시장선도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5조원을 투자한다. 이는 LG그룹의 올해 전체 투자금 20조원의 25%에 해당한다. 여기에 배당 여력에서 확보한 금액까지 더해지면 OLED 투자에 대한 유동성이 훨씬 더 원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