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업도 스펙타파..朴정부 '스펙초월 채용' 바람 부나

'스펙→실력·잠재력' 중시하는 '열린채용' 문화 확산
'일회성·부작용' 양산..우려의 목소리도

입력 : 2013-03-11 오후 3:41:35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채용시즌이 돌아왔다. 올 상반기 주요 대기업들의 스펙보다는 실력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채용 공고가 줄을 잇는 가운데 공공기관에서도 최초로 어학성적, 학력 등 스펙을 배제한 열린채용이 등장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스펙초월 채용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하면서 채용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펙을 초월한 열린채용 문화가 민간기업 구석구석까지 잘 퍼질 수 있을 지와 또다른 경제력 위주의 채용 문화를 양산해 내는 것은 아닌지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정부와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올해 직원 채용시, 기존의 학력·전공·어학 성적 등 소위 '스펙'을 적는 서류전형을 없애고 직무능력기반 채용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채용 과정은 한국사·영어·직무적성검사를 평가하는 1차 필기시험과 2차 면접으로만 진행되며 1차 시험에는 스펙은 물론 성별·나이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지원한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입사 지원서를 대신한 직무능력기반 지원서는 획일적인 내용은 물론 가족사항 등 직무연관성이 떨어지는 항목도 전면 삭제했다.
 
또, 지원동기·성장과정 등 기존의 일률적인 자기소개서가 아닌 인턴 근무 경험 등 직무수행과 관련된 활동을 적도록 구성했다.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잠재력을 중시한 인재 채용을 위해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학력과 스펙 위주의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펙초월 채용' 시스템을 중시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스펙이 아닌 직무 관련 경험이나 능력 등에 초점을 맞춘 입사지원서를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보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온 첫 실제 조치다.
 
앞서 지난 1월 고용노동부는 학력·영어점수 등 스펙란을 없애고 직무 관련 경험에 초점을 맞춘 역량기반 지원서를 담은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개발,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채용방식 변화의 바람은 올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채용 공고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낸 한화그룹·현대자동차·이랜드그룹 등 주요 기업들의 공고 내용을 살펴보면, 한화그룹의 경우 올해부터 인·적성검사를 폐지하고 서류전형과 면접전형만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현대자동차도 서류에서 사진란과 부모님 주소, 제2외국어 구사능력, 고교 전공 표시란 등을 삭제하고, 얼굴이 가려진 상태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 '5분 자기 PR'를 온라인 화상 면접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채용방식의 변화를 두고 구직자들과 학계, 전문가 등은 반기면서도 실효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지난달 졸업을 하고 올 상반기 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 손모씨(26)는 "토익, 자격증 등 스펙을 중시하는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실력과 잠재력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 채용문화는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이러한 채용문화가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에까지 얼마나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류전형이 간소화 되거나 없어지면서 오히려 2차, 3차 등 면접 전형에서 더욱 더 경쟁이 치열해져 구직자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건 똑같다"며 "이젠 스펙쌓기 경쟁이 아니라 면접실력쌓기 경쟁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새 정부의 '스펙초월 채용' 국정과제와 맞물려 채용시장에도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도 "새정부 출범 초기라는 '시기'를 감안할 때,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에만 국한된 일회적인 현상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과거 한국사회의 수많은 선발·채용 방식을 보면 결국 경제력 있는 집안 젊은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번에도 또다른 경제력 위주의 채용문화를 양산해 낼 지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열린 채용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구체적인 정책 설립과 실효성 있는 검증 등 국가 차원의 강화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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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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