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달러대비 일본 엔화가치가 3년 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내정자의 정식취임이 임박하면서 엔화 약세 현상이 가속도가 붙고 있다.
12일 달러·엔 환율은 96.71엔선까지 치솟아(엔화가치 하락) 2009년 8월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까지 떨어지고 이로 인해 닛케이225 지수도 1만5000엔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 95엔 돌파 이후 고공행진 중
◇달러·엔 환율 1년 추이(자료:블룸버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규모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이후 달러·엔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엔화가치 하락)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일 엔화 가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95엔을 하향 돌파한 후 급속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96.71엔까지 급등한 이후 오후 2시 현재 96.48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해 저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9월13일 이후 무려 23.9%나 수직 상승한 수치다. 또 이날 엔화 가치는 3년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닛케이225 지수 역시 지난달 28일부터 8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9% 이상의 상승폭을 보였다.
◇구로다 총재 취임 임박..조기 부양책 기대
이날 달러·엔 환율의 상승은 구로다 하루히코 BOJ총재 내정자가 조기에 추가 완화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구로다 내정자는 국회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BOJ가 시장 기대에 맞춰야 한다"며 "BOJ 차기 총재에 임명되면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정식 취임을 앞두고 있는 구로다 내정자는 취임후 더욱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다.
구로다 내정자에 이어 이와타 기쿠오 BOJ 차기 부총재 내정자의 강력한 양적완화 시행에 대한 발언 역시 엔저를 부추겼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BOJ가 결단적인 양적완화를 실행해야 한다"며 "엔화 약세는 수출을 촉진하고 임금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공개된 2월 BOJ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위원들은 초과지급준비금금리(IOER) 인하, 장기국채 매입, 위험 자산 매입 등 양적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임레 스파이저 웨스트팩 외환시장 분석가는 "달러·엔 환율은 BOJ의 통화완화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의 양적완화에 대한 발언이 예전보다 더 강력해졌고 시장은 실제로도 발언과 같은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화 매도세로 100엔도 가능..다만 속도 조절은 불가피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엔화 매도세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관측은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한 후 자산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엔화 선물을 매도하고 있는 점이 단기적인 엔화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주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6주동안 일본증시에서 4조2000억엔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외국인들이 19주간 5조8000억엔을 대거 사들인 2007년 초 이후 최대 매입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니얼 오코너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는 "달러·엔 환율이 97~97.8엔 선을 테스트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지지구간을 무너뜨릴 경우 곧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인 100엔선도 돌파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달러·엔 환율이 94.1~94.75엔선을 하향 돌파할 경우 잠시 93.5엔까지 후퇴할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100엔선 돌파를 아예 기정사실화하며 돌파 시점 전망을 다시 앞당기고 있다.
레이 아트릴 NBA 외환 스트래지스트는 "달러·엔 환율이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1년 정도 더 빨리 100엔을 돌파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일본 정책당국이 엔화 약세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엔화 가치 급락이 에너지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앞서 발표된 지난 1월 일본 경상수지는 3648억엔 적자를 달성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츠킨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무역 적자는 일본 정부가 끝없이 엔화 약세만을 밀어붙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일본 경제는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