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英경제, '트리플 딥' 공포..경기부양 힘실리나

입력 : 2013-03-13 오후 3:12:58
[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영국의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영국경제가  '트리플 딥(삼중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며 양적완화 등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월간 보고서에서 유로존 1월 경기선행지수가 99.7로 상승하는 등 유럽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으나 영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따라 영국 정부와 영란은행(BOE)이 경기회생을 위해 어떤 부양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나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1월 산업생산 전망 하회..세 번째 경제위기 오나
 
영국 통계청은 12일(현지시간) 1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산업생산 지표 흐름(출처:국제금융센터)
이는 전월 1.1% 증가에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며 시장 전망치인 0.1% 감소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이다.
 
제조업이 특히 큰 폭으로 감소해 전월 대비 1.5%로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월 말 폭설과 북해산 원유 가격의 하락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이지만, 전문가들은 수요 약화와 긴축으로 인한 경제 위축이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4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기 대비 0.3% 감소해 직전 분기의 0.9% 성장에서 급속히 위축됐다.
 
향후 전망도 좋지 못해 경제 전문가들은 1분기 성장률도 0.2%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영국 정부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경제의 부진이 계속되자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일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는 기존 AAA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다.
 
엘런 클라크 스코티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부문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영국은 틀림없이 트리플 딥에 빠지게 된다"고 비관했다.
 
영국 경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며,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역시 약세를 보였다.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전일보다 0.5% 하락한 1.4832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도 0.1% 밀린 87.58에 거래됐으며, 지난달 25일에는 2년 4개월만에 최저인 88.15유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양적완화 썼을때 기대되는 효과는?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지표를 감안하면 영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다음주 새해 예산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인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영국경제를 살리기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지난주 BOE 통화정책위원회에서는 기존의 3750억파운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때 일각에서 부양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산 매입 자금을 250억달러 늘리자고 제안했으나 머빈 킹 총재는 이를 거부했다.
 
안날리사 피아자 뉴에이지그룹 애널리스트는 "250억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는 둔화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다"며 "악화된 경제지표가 오는 4월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가 확대될 경우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 이외에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데릭 헬페니 미츠비시은행 글로벌 연구수석은 "양적완화는 파운드 약세를 이끄는 확실한 방법"이라며 "몇달 사이에 달러 대비 파운드는 1.4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양카드 걸림돌은 '스태그플레이션'
 
그러나 금융당국이 양적완화를 쓰기에는 영국의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발표된 영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개월 연속 2.7%로 목표치인 2%를 웃돌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BOE도 오는 2015년까지는 물가 수준이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존 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고정자산 투자전략가는 "통화당국이 양적완화를 허용하게 되면 물가가 더 오르고, 경기는 위축된 상태에서의 고물가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BOE는 물가상승 대해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머빈 킹 BOE 총재는 지난달 "지금으로서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 영국이 물가 조절보다는 경기활성화에 무게를 둘 것임을 내비쳤다.
 
케네드 로고프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성장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은 부정적 측면이 덜하다"며 "영국이 물가 억제보다는 성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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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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