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는 여전히 한파.."실속형 제품이 대세"

입력 : 2013-03-14 오후 5:00:04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한 달 전기료는 1만2000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냉방 기능은 비슷한 지난해 디자인 모델이 더 저렴합니다."
 
에어컨 예약판매가 시작된 지난 13일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LG전자 베스트샵을 비롯한 유명 백화점, 양판점 등은 일제히 신모델의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예약판매 행사 특성상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의 공통적 의견이었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 침체의 여파가 본질적 배경이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1월에 이어 102를 기록해 기준치 100을 넘었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 선택은 '실속형 제품'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효율성 강조..같은 기능에 저렴한 가격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위치한 LG전자(066570) 판매점 직원은 "여름에 에어컨을 사용할 때 가장 부담이 되는 게 전기세"라며 "LG전자 모델은 모두 1등급 제품으로 하루에 3~4시간 사용해도 1만2000원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했다.
 
특히 누진세를 적용해도 많이 나와봐야 2~3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프론티어' 등급을 받은 제품들을 보여주면서 1등급보다 더 효율성이 뛰어난 제품임을 강조했다.
 
에너지 프론티어는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 인증 기준보다 150% 이상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이어 지난해 모델 디자인에 올해 신모델의 기능을 담은 제품을 보여주면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올해 신모델 '손연재 스페셜G' 제품의 경우 200만원 중반대 가격이 책정됐지만, 비슷한 기능을 가진 지난해 모델 디자인의 제품은 200만원 대 초반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같은 백화점의 삼성전자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기능에 필수적인 냉방 기능만 갖춘 디자인의 지난해 모델을 추천했다. 새로 나온 'Q9000' 모델 대비 100만원 가량 더 저렴했다. 특히 열 교환기 세척 기능 유무의 차이가 100만원이라는 가격차를 만들어 냈다.
 
판매점 관계자는 "냉방 기능은 비슷하다"며 "저렴한 가격을 원하시면 지난해 디자인 모델의 이 제품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수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구매하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이마트 관계자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제품을 둘러보러 온 사람들도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보고 바로 계약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 기능 뺀 실속제품 인기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는 이번 신모델에 경쟁적으로 스마트 기능을 담았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해당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저렴한 모델이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서울 시내 하이마트 판매 직원도 스마트 기능에 대해 설명하기보다 가격대가 저렴한 모델을 우선적으로 추천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디자인 모델을 추천하면서 "가격이 저렴해 신혼부부들이 제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모델이라도 스마트 기능이 빠진 제품이 더 저렴했다. LG전자의 음성인식 기능인 '보이스 온' 기능을 탑재한 제품에 비해 그렇지 않은 제품이 20만원 가량 저렴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에어컨을 제어하는 스마트 기능이 들어간 제품의 경우 일반 제품보다 15만원이 더 비쌌다.
 
양판점에서 만난 50대 부부 고객도 가격에 대한 부담을 최대 고민으로 지목했다. 그는 끝내 "삼성전자 제품을 사러 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고민이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가 본 제품은 삼성전자의 'Q 9000'제품으로, 가격은 300만원 초반대. 프리미엄 모델인 500만원대보다 낮았지만, 가격의 부담은 여전했다.
 
한편 판매점 관계자들은 지난해 여름 무더위에 수량이 모자라 에어컨 판매가 늦춰진 것 때문에 지난해보다는 예약 구매 고객들이 더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이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삼성전자(좌로부터 7개 모델)와 LG전자의 에어컨 제품들(우로부터 7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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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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