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 상 원 기자] 앵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미자유무역협정, FTA가 발효된지 내일로서 꼬박 1년이 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통상문턱을 낮추고, 물가 인하 등 소비자 후생을 증진한다는 명분으로 2006년 6월 협상에 들어가 지난해 3월에야 발효가 됐죠. 한미FTA 발효 지난 1년을 심층분석했습니다. 경제부 정책팀 이상원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 내일이죠? 한미FTA가 발효된지 1년째가 된다는데, 그동안 얻어낸 성과보다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더 많다고 하는데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기자 : 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무역부문에서의 통계변화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FTA가 발효된 후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의 대비수출액은 478억5000만 달러로 1년전 같은 기간보다 1억2000만 달러 증가했습니다.
유럽재정위기의 장기화와 미국의 재정절벽우려 등 글로벌 위기로 세계경제상황이 좋지 못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수출이 증가한 것 자체로도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그러나 한미FTA 체결과 비준을 위해 정부가 당시 홍보했던 연간 12억9000만 달러의 수출증가 효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결과입니다.
증가한 수출이 특정 업종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좋은 성과는 아닙니다.
지난 1년 간 대미 수출을 주도한 것은 주로 자동차 부품과 석유제품입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현지생산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부품수출이 10.9% 증가했고, 관세인하 효과를 바탕으로 석유제품의 수출도 29.3%나 급증했습니다.
관세혜택 품목이 아닌 곳에서조차 자동차와 철강제품 등 특정 업종에서만 수출이 늘었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그런데 다소 편향된 수출성과조차도 장기적으로는 지속을 장담하기 어렵다구요?
기자 : 네. 여러 나라 간에 무역협정이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미국이 최근 일본이 포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나 유럽연합과의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선점했다는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 우리가 FTA를 체결하게 되면 가장 기대하는 것이 바로 물건 값이 얼마나 싸질 것인가 하는 것인데요. 미국과의 FTA이후에 미국산 제품들은 얼마나 싸졌습니까?
기자 : 그렇습니다. 정부가 FTA를 체결하는 주요 목적 중에 하나가 바로 소비자물가 인하와 소비자 선택권 다양화 등 소비자 후생 증진인데요. 한미FTA가 발효된 진난 1년간은 사실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효과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물건 값이 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마 한미FTA 이후에 많이들 사 드셨을텐데요. 오렌지와 체리, 자몽 등 일부 미국산 과일의 경우 FTA이전보다 20% 정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관세가 FTA발효와 함께 즉시 사라진 의류나 화장품 등 공산품은 관세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꿈쩍을 하지 않았구요. 아몬드나 호두, 쇠고기 등은 오히려 FTA이전보다 가격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유통과정에서 관세인하효과가 마진으로 대부분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데요. 아울러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등으로 미국에서 생산 자체가 어려웠던 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실제로 아몬드와 호두는 주산지인 캘리포니아의 폭염이 가격상승의 원인이었습니다.
앵커 : 미국산이 싸지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식탁이 너무 수입산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기자 : 네 실제로 오렌지와 체리 등이 싸게 수입되면서 국내에서는 제철과일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겨울철에는 한팩에 만원이 넘는 딸기와 귤 대신에 오천원짜리 오렌지를 사먹게 되고, 여름에는 자두와 포도 등 국내산 과일보다 예전에는 비싸서 먹어보지 못했던 미국산 체리를 사먹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는데요. FTA 발효에 따른 관세철폐가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산 농산물의 식탁점령과 국내 농가의 피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한미FTA가 발효되긴 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많다구요.
기자 : 대표적인 것이 ISD라고 하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재논의 문제입니다. ISD재협상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연말 한미FTA 국회 비준을 요구하면서 정치권과의 타협안으로 제시한 것인데요. 최근에는 론스타가 우리나라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미FTA 발효 이후에 외국인 직접투자는 1년만에 113.6%가 증가했습니다. 투자고객이 늘어났으니 소송을 당할 확률도 높아진 셈이죠.
문제는 ISD 재협상을 진행할 경우 미국이 그에 따른 보상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쇠고기 수입을 확대하라거나 또 다른 무역장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밖에도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문제도 협정 이후에 재논의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구요. 미국이 깐깐하게 요구하고 있는 원산지증명 과정도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앵커 : 그렇군요. 제2, 제3의 론스타가 나오지 않도록 처리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