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현장에서 체포한 음주운전자에게 형사소송법 원칙 등을 미리 고지하는 일명 '미란다 원칙'을 말해주지 않고 얻은 증거자료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4)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낸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위법행위를 기초로 해 증거가 수집된 경우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2차적 증거도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다만 당초 증거수집과정에서 위반행위와 위법 요소가 제거되었다면 후에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뤄진 강제연행은 전형적인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이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김씨가 호흡측정 요구를 거부해 채혈이 이뤄졌다하더라도 강제연행이라는 위법한 체포상태였기 때문에 이미 위법한 증거"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8년 12월 군산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켰고 음주운전을 의심한 경찰로부터 음주측정을 요구받았다.
이에 김씨가 "술도 마시지 않고 사고도 내지 않았다"며 완강히 버티자 4명의 경찰관은 피고인의 팔다리를 잡아 순찰차에 태워 강제로 지구대로 데려왔다.
김씨는 "음주측정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구속될 수 있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음주측정에 응해 0.130%의 혈중알콜농도가 측정됐다.
1심 재판부는 "강제력에 의한 체포에 해당한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실질적 증거능력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라면서 김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