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유죄 증거가 될 수 없지만, 2차 증거가 영장 발부에 의해 수집됐다면 그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라며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행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경찰관들이 영장 없이 피고인을 강제로 연행한 조치는 위법한 체포"리며 "위법한 채뇨 요구에 의해 수집된 감정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각 감정서는 유죄의 증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연행 당시 경찰관들로서는 피고인에게 마약 투약 범행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기에 충분했다"며 "모텔에 투숙 중이던 피고인이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면서 경찰서로의 동행을 거부했으므로 경찰관들은 피고인의 임의 출석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고인의 신체에서 마약 성분이 희석·배설됨으로써 증거가 소멸될 위험성이 농후했으므로 달리 적법한 증거수집 방법도 마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을 경찰서로 동행하는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 발부에 의해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마저 부인한다면, 이는 오히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법관이 발부한 압수영장에 의해 이뤄진 2차 채뇨 및 채모 절차를 통해 획득된 각 감정서는 모두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피고인의 마약 투약에 관한 이 부분 범행의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원심의 유죄 판단을 확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3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호프집에서 필로폰을 커피에 타서 마신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1·2심은 이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