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질적으로 노동자가 손에 쥐는 실질임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국내경제가 해외충격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의 나승호 차장, 정천수 과장, 임준혁 조사역 등은 24일 'BOK 경제리뷰-구조적 소비제약 요인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GDP 성장률을 상당폭 하회했다”며 “지난 2011년 4분기에는 유로지역 국가채무문제 등으로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전기대비 0.4% 감소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민간소비 감소가 신용카드사 경영위기(2003년), 리먼사태(2008년) 등 일부 시기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과 노동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임금 상승세 제한이 성장과 가계소득간의 괴리를 발생시켜 결국 소비를 위축시킨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나 차장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3.7%, 실질임금은 4.4%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실질임금은 마이너스로 전환, 2011년에는 노동생산성의 전년비 증가율이 3%에 이른 반면 실질임금은 -4.7%에 이르렀다.
그들은 “고용사정이 수출제조업 성장에 따른 선순환효과보다는 보건·복지수요 증대, 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등의 구조적 변화에 주로 기인하는데 이들 취업자가 대체로 저임금 부문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어 임금상승세가 제한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원리금상환 부담 증대 등 부채증가가 민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대외거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내경제가 거시경제의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
나 차장 등은 “민간소비 등 내수가 대외충격에 민감히 반응할 경우 설비투자의 모멘텀이 저하돼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성장과 가계소득의 선순환구조 회복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더욱 노력하고 수출의 고부가가치화 및 고용유발효과 제고를 통해 수출과 내수간의 균형발전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물가안정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대를 도모하고 거시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계층간 소득분배 개선에도 한층 유의해야 한다”며 “민간소비 문제가 향후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