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국민행복기금의 온전한 모습이 공개됐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이날 발표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방지장치가 강조됐다.
하지만 기다리면 새로운 구제책이 나올 것이라는 그릇된 기대와 성실히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채무자의 역차별 문제 등이 대두될 수 있다는 문제가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행복기금 도덕적 해이 방지책, 약발 먹힐까
박근혜 정부가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제시한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25일 금융위원회는 채무조정과 학자금대출 부담경감,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대출 등을 중심으로 한 국민행복기금 추진 방안을 발표 했다.
기존에 알려진 대로 지난달 28일 기준 연체기간 6개월 이상, 채권규모 1억원 이하의 채무자들이 지원 대상자로 확정된 가운데 이번 방안에서는 도덕적 해이 방지책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즉 채무조정 신청접수 단계에서 재산보유 여부를 파악해 보유재산이 있을 시에는 감면율을 조정하고 공공정보를 활용해 은닉재산 여부를 조사해 은닉재산이 발견되는 경우 채무조정을 무효화 하겠다는 것.
이와 더불어 채무조정 계획을 성실하게 이해하지 않을 경우 채무조정을 무효화해 채무자의 성실상환을 유도키로 했다.
이 같이 금융위가 도덕적 해이 방지책을 강조한 이유는 그간 국민행복기금이 '기다리면 지원받을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대출 연체율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같은 시그널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신용회복 신청자 중 프리워크아웃 신청자 비중은 지난 2009년 8.3%에서 지난해 4분기에는 24.6%까지 뛰어 올랐다.
통상 채무재조정 측면에서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에 신청 가능한 개인워크아웃이 채무재조정면에서 프리워크아웃보다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연체기간 90일 미만인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한 프리워크아웃 신청자들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체가 시작되고 나서 상당 기간 동안 다각도로 빚을 갚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채무재조정을 신청한다기보다 연체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기에 재무재조정을 신청하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성실한 채무자, 오히려 역차별 가능성도 있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실히 부채를 갚아나간 채무자에게는 오히려 상환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는 문제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2012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421만1000가구로 이 중 금융대출이 있는 가구는 156만4000가구로 추산된다.
이들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 중에서도 지난 1년간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는 49만7000가구로 이 중에서 국민행복기금의 수혜 대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그간 성실히 빚을 갚아온 106만7000가구는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중 비연체가구는 가처분소득이 72만3000원에 불과하고 채무상황 비율이 99.3%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질적인 해소 방안이 필요해
결국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지 않도록 채무 감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누구의 어떤 빚을 어느 선까지 덜어주고 어떻게 갚게 할 것인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빨리 정해져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대책의 지원 대상과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의 확산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신용 및 금융 관련 정보가 이해 당사자들 간에 보다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면서 정직하게 채무를 갚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이득을 보고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손해를 보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소득 향상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저소득층 중 채무를 연체하지 않은 가구의 경우 소득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자로 추락할 우려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이 월 원리금상환액에도 미치지 못해 부채를 감면해 주더라도 다시 부채가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직업이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근로사업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임금근로자를 위해 근로장려세제 확대 및 최저임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