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국민행복기금은 급하게 만들었다는 징후가 곳곳에 드러났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기금의 10분의 1수준이며, 실질적인 탕감할 수 있는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행복기금 출범은 29일이지만 실질적인 신청은 5월부터 구체적인 접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25일 발표한 금융위원회가 서둘러 발표한 국민행복기금 추진계획에 따르면 1조5000억원 규모로 32만6000명에 대한 채무조정이 이뤄진다.
금액은 당초 예상했던 18조원의 10분의 1수준이다. 320만명으로 추정됐던 채무감면 규모가 32만6000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은 실질적인 채무탕감 규모가 크지 않아 1조5000억원의 수준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수치를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복지부 기금 논의 등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모를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접수 시점도 준비가 덜 됐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4월 22일부터 30일까지 가접수를 받고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본접수를 받는 절차를 뒀다.
가접수 기간에는 실질적인 접수가 이뤄지지 않고 이후 본접수 기간에 본격적인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이는 전산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금융위는 채무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채무조정 대상에서 벗어나는 대상자들이 많아 신용회복기금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감면율을 한시적으로 확대해 6개월 미만 1억원 이상 연체 등 국민행복기금 채무감면 대상에서 제외된 대상자들을 신용회복기금의 기능을 강화해 지원한다는 것.
국민행보기금 신청접수기간에 신복위에 접수된 채무자에 대해서 상각채권의 경우 최대 50%, 연체채권의 경우 최대 30%의 감면혜택을 준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하는 채무자들의 다각적인 채무조정에 들어가려면 별도로 국민행복기금을 만들 필요없이 신용회복위원회의 기능과 재원을 키우면 될 문제를 이름만 떼어낸 격이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지금도 신용회복기금, 미소금융, 햇살론 등 여러 가지 서민금융지원책들이 산재해 있어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나온 국민행복기금의 규모나 대상이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자칫 고만고만한 또 다른 서민금융지원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