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불공정 거래 행위의 대명사인 담합 효과가 국내 증시에서도 통하고 있다.
담합행위 적발로 인한 과징금 부과는 보통 해당 주식에 부정적인 재료로 인식되고 있지만 단발적인 악재로 그치고 있다. 담합행위에 가담한 기업에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가 실적에 비해 미미하기 때문이다.
담합행위로 얻은 이익과 효과는 길고,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짧게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26일 증권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이 짬짜미로 적발되더라도 주가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5일 4대강 살리기 사업 과정에서 입찰 담합 혐의로 공정위가 건설사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은 총 1115억4100만원이었다.
당시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과징금 부과가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터진 악재라는 점을 고려할 때 큰 타격을 주겠지만, 실제 건설업종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6월4일~7월5일까지의 주가 추이
조동필 한화증권 연구원은 "과징금 규모가 2012년 영업이익의 5% 이하에 불과해 공정위의 조치가 건설사의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30일 국내 철강사들이 공정위로부터 2917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았지만 주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조강운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담합 적발이 부정적인 이슈이기는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회성 충격에 그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담합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6일 유럽연합(EU)은
LG전자(066570)와
삼성SDI(006400)에 대해 각각 2억9560만유로(4188억원), 1억5080만유로(약 2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텔레비전이나 PC에 사용되는 브라운관인 음극선관(CRT) 생산업체들과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에서다.
담합 소식에도 주가는 도리어 상승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올해 1월6일까지의 수정 주가를 보면 LG전자는 6.35%, 삼성SDI는 3.63% 올랐다.
과징금을 부과받는다고 해도 그 규모가 미미해 실적에 큰 타격이 없는 것도 문제다.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10% 내에서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과징금 산정 규모가 적어서 담합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공정위는 단순가담·조사협조·자진시정 등 다양한 명목을 근거로 오히려 과징금을 줄여주고 있다.
농심은 전체 과징금의 80%인 1077억6500만원을 부과받았다. 농심이 국내 라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감안됐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명령이 그대로 이행된다고 가정하면 과징금으로 인해 농심의 2012년 연간 순이익은 2.7% 감소한 것에 불과하다. 2011년말 기준 농심의 순현금은 4099억원인데, 1078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한 이후 이자수익 감소는 연간 46억원이기 때문이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의 가격 담합을 지속적으로 감시·조사한다고 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담합을 통해 얻는 이익이 과징금 부과·일시적인 이미지 손상 등으로 인해 잃는 것보다 크다"면서 "담합이 근절되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