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지난해 10월 이후 다섯달째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해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선 것은 물론 청와대가 한국판 재정절벽 가능성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경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금융정책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경제성장률 '빨간불', 경제 살리기에 '안간힘'
지난달 28일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 만큼 실물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3%로 7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고, 올해 1분기 역시 0%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1월 민간소비(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나 하락했고 설비투자는 6.5%나 급락해 소비, 생산 모든 것이 최악을 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국채발행 등을 통한 경기부양용 추경 마련이라는 카드를 내세운 상황.
일단 최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입이 예산대비 12조원 수준까지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 세입결손용 12조원의 추경 외에 ‘+α’규모의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정책 만으로는 성장엔진이 꺼져가는 한국경제를 효과적으로 소생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금리인하 요구 목소리 '커져'
결국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에 추경효과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는 "한국의 통화정책은 세계 각국의 흐름과는 달리 지나치게 신중하게 움직였다"며 "시기적으로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경예산을 추진하고 있고 그 재원으로 국채발행이 검토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기존의 통화정책을 고수한다면 그나마 부족한 재정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 교수는 또 "현 단계에서라도 재정의 추가확대를 고려해야 하는 국내경제 상황과 거시경제정책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1~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정도의 기준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다만 국제적으로 출구전략의 논의가 시작된 이후에는 그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기준 금리인하 조치를 조기에 실시하고 상황 변동시는 그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 올리기 위해서는 약 11조원이, 1%포인트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22조원의 재정지출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추경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기조가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권시장, 기준금리 인하 최소 1번 이상?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배팅하는 모양새다. 연일 내리막길을 걷던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기준금리인 2.75%를 훨씬 하회하는 2.52%, 2.80%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채권 브로커는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2회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채권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내 금리동결을 외쳤던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금리 인하로 스탠스를 바꾸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연내 동결에서 연내 0.5%포인트 인하로 수정했고 아이엠투자증권도 기준금리 인하 없음에서 최소 한차례 이상 인하로 변경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책공조 필요성뿐만 아니라 펀더멘탈 측면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명분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과 정부 의견을 배제하기 어려운 한은의 입장을 고려할 때 4월 한은 경제전망에서의 성장률 하향 조정 및 4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경제성장률이 2%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국내외 경기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재정확대와 금융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