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환골탈태할까)②뭘 해도 욕먹는 검찰..기본부터 충실해야

검찰 간부 "요즘 검사들 시신 보러도 안가..기본도 안 해"
검사들 "최선 다해 국민들 억울함 풀어주는 게 개혁보다 중요"

입력 : 2013-04-05 오후 2:36:59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10점 만점에 6.81점을 받아 14개 평가대상 기관 중 경찰청(6.36점)과 함께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했다.
 
이로써 검찰은 3년 연속 최하 등급을 받게 됐다.
 
검찰은 검찰과 관련된 업무처리 경험이 있는 외부 민원인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부청렴도 부문에서 6.61점으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들은 검찰을 '정의', '평등', '신뢰' 등 좋은 이미지보다는 '스폰서 검사', '떡검', '성추문 검사' 등 '비리 검사'의 이미지로 바라보고 있다.
 
◇ 이미지 개선 중인 법원..검찰은?
 
"결국 윗분들의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 판사의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원은 검찰과 함께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관이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는 소신판결과 함께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법원의 이미지는 상당히 개선됐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소통 2012 국민속으로' 행사는 다수의 사법피해자와 시민들의 항의와 고성으로 시끌벅적했으나 국민들의 날선 비판을 온전히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법원의 각종 '소통 행사'에 깜짝 방문하는 등 일반 국민들과의 스킨십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판사는 "각종 소통 행사 덕분에 법원 이미지가 좋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윗분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검찰은 아마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피의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광준 前 부장검사
 
◇ 잇따른 스캔들..정신 못 차린 검찰
 
비리 검사, 성추문 검사, 검란(檢亂), 성접대 논란까지.
 
최근 안 좋은 소식들이 잇따라 이어지면서 검찰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다. 검찰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각종 행사를 준비했지만 최근 잇따른 파문에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법원에서 하는 각종 행사들을 검찰에서 벌이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는 쉽지 않다"면서 "지금 개혁대상 첫 번째로 검찰이 꼽히는 마당에 무슨 행사를 하겠나.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몇몇 검사들은 이미 '욕먹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검찰 간부는 "업보다. 백정과 같다"면서 "소, 돼지 잡는 백정에게 업보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 목숨 쥐락펴락하는 검사들에게 업보가 없을 수 없다. 짊어지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검찰의 인식은 검찰이 국민들의 비판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경우, 시민들의 비판을 들은 후 흔히 집행유예를 선고하던 재벌총수들에 대한 처벌을 강력한 실형 위주의 처벌을 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막말 판사 등 문제를 일으킨 판사들에게는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반면, 검찰은 '우리가 하는 일이 원래 욕먹는 일', '잘못한 것이 있긴 하지만 억울한 점이 있다'는 식의 인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의자와의 '성추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 前 검사(가운데 얼굴 가린 이)
 
◇ 누가 봐도 바른 검찰 돼야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스스로 아무리 바르다고 해도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바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밖에서 바라봐도 바른 검찰이 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검사장 수 축소,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 검찰개혁과 관련해 제도 개선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문제들이 있다"면서 "검사들이 언론에 보도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사건에도 열심히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 일반 민원인들의 억울함을 풀어준 수사가 제일 뿌듯했다"며 "이런 수사가 하나씩 쌓여 일반 국민들에게 검찰이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검사들은 검찰이 자기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다시금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서울중앙지검 소속의 한 검사는 "초임 검사 시절 혹시라도 무슨 실수가 생길까봐 시신 검시 현장에 무조건 갔다"면서 "시신 검사 중 의료사고를 단순 질병사로 처리한 것을 확인했고 관련자들을 구속시킨 사건이 기억난다. 요즘 검사들은 검시하러 가라고 해도 안 간다. 기본을 안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검찰은 항상 비판을 받고 혼나야 한다. 검찰이 칭찬을 들으면 안된다"면서 "검찰이 하는 역할은 막중하고 무겁다. 자기 자신의 일을 하고 그 길에서 벗어날 때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검찰 관련 선정적 보도들도 문제
 
검찰과 관련한 언론보도들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검찰은 피의사실을 조금씩 언론에 흘려 수사에 유리한 쪽으로 흐름을 이어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검찰은 공보지침을 만들어 예전과 같이 언론에 수사사실이 흘러가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언론은 변하지 않았다. 언론은 검찰을 상대로 한 취재가 어려워지자 수사를 앞지르는 기사를 내고 확인되지 않은 풍문도 사실인양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언론의 프리즘으로만 국민들이 검찰을 볼 수밖에 없으니 답답한 면이 많다"면서 "우리도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하고 잘하는 것이 많은데 그런 것보다는 우리가 잘못하고 실수한 부분만 크게 나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사건이든 고소가 들어오면 사건배당을 하게 되는데 정치적 의견에 따라 언론의 스탠스가 다르다"면서 "단순히 배당만 한 것인데 '본격 수사 착수'라고 쓰고 정치적 수사라고 단정지어버리면 입장이 참 곤란하다"고 밝혔다.
 
검찰을 출입하는 모 기자는 "10년 전 검찰에서 취재할 때와 지금 검찰에서의 취재환경이 많이 다르다"면서 "검찰은 바뀌었는데 언론이 바뀌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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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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