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 여파로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던 석유화학업계의 1분기 실적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제품 가격이 지난해 3분기 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년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고, 석유화학제품 주원료인 납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5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PE, PP, 폴리염화비닐수지(PVC) 등이 지난해 4분기보다 톤당 100달러 이상 상승하면서 가격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 2월 중국 춘절과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주원료인 납사가격이 톤(t)당 1000달러를 기록해 1분기 실적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여수산업공단에 위치한 금호석유 화학 공장 전경
국내 석유화학 매출은 대부분 PE, PP, PVC 등 범용제품들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들 제품들의 원료인 납사 가격 상승은 실적에 직격탄이 된다.
그런데 지난 2월 석유화학제품의 주원료인 납사 가격이 톤당 1000달러가 넘어가면서 석유화학제품-원료 간 차이인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업계는 지난 2월의 비싼 원료가 투입되는 3월 들어 범용제품 가격이 떨어져 석유화학 제품의 이익률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춘절 효과도 예상보다 낮았고 기대감만으로 납사가격이 올라 스프레드가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아 전년과 비교하면 실적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석유화학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분기 주요 범용제품 가격 상승세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중국 춘절 이후 그나마 오르고 있던 범용제품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중국 춘절 이후,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이 예상돼 주원료인 납사가격은 지난해 11월(t당 900달러) 보다 10% 이상 상승했지만,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2월 PE와 PP 판매가격을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각각 1225달러에서 1370달러, 1425달러에서 1550달러로 t당 각각 100달러 정도 상승에 그쳤다. 중동과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가장 활발한 합성고무 가격은 같은 기간 오히려 3500달러에서 2562달러로 하락했다.
그나마도 춘절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3월에는 범용제품들의 가격이 t당 1000달러까지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료 가격 상승은 PE, PVC,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을 이끌고 상승폭도 가공 비용이 더해져 큰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근 석유화학 제품 대량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 등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중동과 미국의 저가 범용제품들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완제품 가격 회복이 더뎌져 원료가격 인상률을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황은 최근 가격 약세 영향으로 4월까지 실적회복 지연이 예상된다"며 "5월 이후 계절적 비수기를 탈피하기 전까지 뚜렷한 실적반등 계기를 잡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