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중곡동 주부 살인범' 서진환씨에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앞서 서씨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사형이 선고되지 않자 거센 비난여론이 사법부를 향해 일었던 바 있다.
11일 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합의10부(재판장 권기훈)는 "사형선고가 마땅하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형과 무기징역 선고를 두고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죄 전력·수법·책임전가 태도 등에 비춰보면 사형 선고가 마땅하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부족하게나마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서씨에게 교화의 가능성이 실낱같지만 전혀 없다고 볼 수도 없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 수법은 지극히 대담하고 잔혹하며, 범행 결과 또한 대단히 중하고, 유족들과 피해자가 겪는 슬픔과 고통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형사사법제도와 사회의 탓으로 돌리거나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는데다, 이전의 장기간의 수형생활에도 불구하고 교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범죄 전력과 수법책임전가 태도, 죄질, 개선여지가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사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형은 생명의 소멸을 가져오는 극형이고,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인점을 고려할 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볼 때 그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는 피해자의 죽음을 결코 가벼이 여기서가 아니라, 역설적이지만 생명은 누구에게나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것이므로 비록 용서받지 못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더라도, 그 생명마저도 엄중히 여기는 우리 헌법과 사법제도의 최소한의 요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처음부터 살해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부족하게나마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에게 교화의 가능성이 비록 실낱같지만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어, 사형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에게 사형 선고만은 면하되,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기간의 정함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며 원심이 서씨에게 선고한 무기징역형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서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신상정보공개 10년과 전자발찌 착용 20년을 명령했다.
서씨는 2011년 8월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 A씨가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배웅하는 사이 집 안에 몰래 들어가 있다가 집에 돌아온 A씨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씨는 또 이 범행을 저지르기 13일 전인 8월 7일 오전 11시쯤 중랑구 면목동의 한 주택에서 주부 B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