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1분기 여전히 '불투명'..대안 없이 한숨만

중국 춘절 효과 없이 나프타 가격만 상승..회복시점은 하반기
업계 "비중 높은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 주목"..고부가 라인 구축 절실

입력 : 2013-04-11 오후 4:16:23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석유화학 업계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
 
업계와 증권가는 제품과 원자재 간 가격 격차인 스프레드가 넓어지고 있지만 업황 자체가 여전히 불투명함에 따라  영업이익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2월 납사 대비 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되는 듯했으나 중국 춘절 이후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둔화됐고, 3월 들어서는 스프레드마저도 고가의 나프타가 투입되면서 줄어든 탓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업계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회복될 징후가 보이지 않으면서 실적 반등은 하반기까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와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만 키운 '중국 춘절'..효과는 '제로'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석유화학 업계는 올 초 건설경기 회복 등 중국의 경기 회복 신호가 감지되면서 2월 중국 춘절 효과에 기대를 걸었다.
 
지난 2월 업계와 증권가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 춘절 효과로 1분기 실적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지나친 편중성을 감안할 때 일시적 효과는 있을 것이란 게 지배적 전망이었다.  
 
◇여수 산업단지 공단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공장 전경
 
하지만 중국 건설 경기 반등의 후광이 중동산 저가 범용제품에 집중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춘절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춘절 이후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3월 원자재 가격 부담이란 짐만 얻었다.
 
증권정보전문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LG화학(051910), 한화케미칼(009830), 롯데케미칼(011170), 금호석유(011780)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20%, 46%, 5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마다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은 다르지만 2월 '중국 춘절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는 공통점은 같았다. 
 
황유식 메르츠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중국 춘절 효과는 없었다"며 "1분기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범용제품들의 업황이 살아나야 한다"며 "제품과 원료간 스프레드가 넓어지고 있고, 4월 들어 원자재인 나프타 가격이 하향세로 접어들고 있어 2분기 말에는 실적 반등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도 "올해 석유화학 업계 업황은 뚜렷한 '상저하고'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업황 회복 시점은 하반기 정도가 될 것"이라며 "중국 의존도를 낮춰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숨 아닌 대안 찾아야.."포트폴리오·수출지역 다변화가 살 길"
 
석유화학 업계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 30% 가량 하락했다.
 
업계는 1분기 석유화업계의 실적급락 원인을 ▲미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셰일가스와 천연가스를 이용한 저렴한 가스기반 석유화학제품 유통량 증가 ▲범용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지나친 중국 의존성을 꼽았다.
 
◇여수 산업단지 공단에 석유화학 공장에서 안전검사를 하고 있는 근무자
 
셰일가스나 천연가스를 이용하면 석유화학제품의 원자자인 에틸렌 생산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현재 원유 기반 에틸렌은 톤(t)당 1200달러 선이지만 가스기반 에틸렌은 t당 600달러로 절반 수준이다. 완성제품 가격 역시 t당 1000달러인 원유기반 PVC 기준으로 30~40% 가량 저렴하다.
 
문제는 이런 저렴한 가스기반 석유화학제품이 우리 기업들의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 대부분 수출된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출 물량 중 70%가 중국으로 집중되는 탓에 중국에서 저렴한 가스기반 제품들과 가격 싸움은 불가피하다. 물론 품질 차이는 있지만 30~40% 가량의 가격 차이를 뛰어넘을 만큼은 아니란 게 업계의 고백이다.
 
기업들은 물밀듯 밀려오는 중동산 저가 석유화학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각 기업 특징에 맞는 고부가 특화제품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다만 아직 생산량이 미미한데다 각 기업에서 취급하는 특화제품 수가 1~2개 정도로 제한돼 있다는 게 한계.
 
업계 관계자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범용제품 소비가 최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지정학적으로 동남아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부가 특화제품은 현재 매출의 10~2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량과 제품군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 10년 동안 초대형 신규 설비를 다수 가동해 규모 면에서 이미 한국 기업을 크게 앞질렀다"며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에게는 기존 범용 석유화학사업의 수익력 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고부가 특화제품 라인 강화 등 차별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염현석 기자
염현석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