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열린 'GMO 표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박성용(가운데) 한양여자대학교 경영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국내에서 유전자재조합식품(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표시제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지난해 옥수수, 콩 등 GMO 수입량은 전년보다 6.13% 증가한 187만톤 정도로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와 관련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GMO 표시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성용 한양여자대학교 경영과 교수는 발제에서 "GMO는 병충해에 더 강하게 하거나 제초제에 내성을 증가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농산물을 보호해 생산을 늘리려고 개발됐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전성이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용 교수는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GMO의 정보가 정확하게 제공되고 표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료 함량 5순위까지만 표시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제품에 사용한 전체 원료를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5순위 이내에 들어가지 않지만 전체 원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GMO 원료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은 3순위 이내, 5% 이상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국은 GMO 농산물을 제조·가공한 식품, EU는 모든 식품을 표시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GMO 농산물이 증가하면서 재배와 수확, 유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비의도적 혼입치가 국내는 3% 미만이나 유럽은 0.9% 미만"이라며 "주요 수입국으로서 인체, 환경적 부작용을 사전에 최소화하기 위해 유럽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GMO DNA가 식품에서 검출됐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검출방식과 시험검사 등 표시제도 사후관리도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삽입한 후대교배종이 출현함에 따라 시험검사를 거친 표시제도 사후관리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검출방식을 EU처럼 GMO 농산물이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하고 사후관리방식도 이력추적제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역시 표시제도 강화를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표시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2%가 GMO의 표시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GMO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제도의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하고 문제없는 음식을 사 먹겠다는 기본적인 선택권을 넘어 생물 다양성 파괴, 기후변화 등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기업, 농민, 정부, 유통업체, 소비자, 시민 모두에게 GMO를 표시하고 올바른 선택을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식품업계는 정부 차원의 사후관리 능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표시제도 확대는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김정년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은 "GMO 검사가 불가능한 가공식품에 관한 구분유통 증명서, 정부증명서 등 서류증명이나 이력추적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소비자, 시민단체, 학계, 식품업계 등 이해 당사자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그는 "소비자의 알권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표시제도 확대는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특히 먹을거리 전반에서 혼란과 불신을 키울 수 있고 소비자의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형평성을 강조해 모든 식품에 같은 수준의 표시제를 도입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EU의 '전략적인 표시제도'를 벤치마킹해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 교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57개국 정부는 안전하다고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소비자의 안심 여부는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라며 "'나트륨저감화운동본부'처럼 범국민적 홍보 캠페인을 벌인 후 GMO의 안전성에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