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보상금이 당초 잘못 지급됐더라도 신청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면, 이미 지급한 보상금을 6년이 지나 전액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심준보)는 1940년대 특수부대에 근무했던 고(故) 권모씨의 유족이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보상금환수결정취소 소송에서 "지급 경위 등을 살피지 않고 기계적으로 환수할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잘못 지급된' 보상금이더라도 보상금이 잘못 지급된 이유, 그 과정에서 신청인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지, 보상금 신청 경위, 신청인이 특수임무수행자 본인인지 아니면 유족인지 등 보상금 신청 경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급된지 6년이나 지난 보상금을 기계적으로 전액 환수한다면 이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처분"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권씨가 특수임무수행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이번 사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권씨는 호송 지원업무에만 종사해 특수임무수행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크지만, 유족들이 보상금 지급여부를 조사한 조사관의 부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고, 당시의 가부장적 가족문화에 비춰볼 때 유족들이 권씨의 업무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신청인인 유족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권씨의 유족들은 아버지와 함께 특수부대에서 근무했던 요원들의 보증서를 근거로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보상금 1억4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권씨 측의 보상금 지급 여부를 심사했던 조사관이 다른 신청인들로부터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 제공'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게 됐다.
이후 권씨 유족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간 보상심의위원회는 '보상금을 지급할 당시 보증인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권씨는 특수임무를 수행하지도 않았다'며 지난해 10월 보상금 지급결정을 취소했다. 이에 권씨의 유족들은 "조사 담당자의 잘못때문에 이미 지급한 보상금을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