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1분기 '선방'에도 목표주가 '줄하향'

중국 부진이 최대 요인.."올 한해 녹록치 않을 듯"

입력 : 2013-04-15 오후 4:39:14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LG화학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오는 19일로 예정된 가운데 증권가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경기 부진과 중국발 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영업이익의 75%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이 올 한해도 부진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5일 <뉴스토마토>가 주요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취합한 결과, 이달 들어 LG화학(051910)의 목표주가는 10~15% 수준 하향 조정됐다.
 
교보증권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36만7000원에서 31만2000원으로 15% 낮춰 잡았고, 키움증권과 SK증권도 각각 41만원에서 35만원으로 14.6% 하향 조정했다.
 
한화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각각 35만원, 33만5000원으로 10% 이상 낮췄다. 연초만 하더라도 40만원 선을 유지하던 목표주가가 이달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는 추세다.
 
LG화학의 1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한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대거 조정한 것이다.  
 
실제 LG화학의 부진은 실적 전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0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9.86%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5조9012억원, 3268억원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8%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14.18% 급감했다. 외형적으론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친 셈이다.
 
특히 수익의 원천이 되는 석유화학 부문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실망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과 키움증권은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을 각각 3170억원, 3104억원 내외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5%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둔화와 고가 납사 투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지난 1월과 2월은 납사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으나 막판인 3월에 고가의 납사 투입이 이뤄지면서 1분기 전체 실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납사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본이 되는 원료로, 납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높아지게 된다. 납사 가격의 상승 여부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곡선 희비가 엇갈린다는 설명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분기는 지난 2월 중국 춘절 기간 수요가 줄면서 생긴 재고가 3월로 이월됨에 따라 납사 투입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의 수요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납사가격이 올랐다는 데 있다.
 
민경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 2월 납사 대비 제품 스프레드(제품가격-납사 가격)는 개선세를 보였으나 춘절 이후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둔화됐다"면서 "3월에는 고가의 전월 납사 투입으로 실적 개선 폭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 연구원은 1월과 2월 납사가격을 각각 톤당 956달러, 1003달러로 추정하고, 3월은 이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연말 기저효과로 1분기 석유화학 제품의 출하량은 증가했다"면서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의 평균 스프레드는 확대됐으나 ABS(합성수지)와 PVC(폴리염화비닐), 합성고무 스프레드가 축소돼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은 전분기에 비해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에틸렌과 부타디엔 등 제품의 스프레드를 보면 2월 대비 3월이 개선됐다. 제품 가격이 떨어져도 매출은 지난해보다 증가해 어느 정도는 상쇄될 것"이라면서 "시장이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LG화학의 1분기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올해도 만만치 않은 한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와 더불어 중국 내 시장 상황이 제자리 걸음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합성수지와 고무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내 자급률 상승과 중동산 제품의 위협이 주된 악재로 거론된다.
 
주요 화학제품의 경우 중국 내 자급률이 지난 2003년 50%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70%를 기록하는 등 9년 만에 20% 이상 대폭 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동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우리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대단위로 석유화학 공장을 증설, 국내산 제품보다 10%정도 싼 가격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업계 1위인 LG화학 역시 중국 수출 비중이 60%에 달해 현지 시장 내 변화에 따른 영향에서 비켜갈 수 없다.
 
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퉈 LG화학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도 바로 최대 수요처인 중국 시장의 고전을 가장 큰 걸림돌로 봤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중동 산유국은 석유화학 공장 신증설을 통해, 중국은 자급률을 높이는 등 시장 상황이 불리하게 조성되고 있다"면서 "LG화학은 원재료인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데다 내수 비중도 낮아 자구책을 강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경기 회복이 더딘데다 중국 내수 동향이 예상보다 부진해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1분기 실적이 낮은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고, 이에 상응해 목표 주가를 낮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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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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