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이팔성 등 줄사퇴..금융지주 새판짜기 본격화

입력 : 2013-04-15 오후 4:19:42
[뉴스토마토 이종용 송주연기자] 강만수, 이팔성 등 이른바 'MB맨'으로 불려온 금융기관 수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금융지주사의 새판짜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정부의 민영화 방침과 공조할 수 있는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으며, 새 수장이 앉은 KDB산은지주는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기 위한 재편 작업이 진행중이다.
 
◇우리금융 차기회장 선임.."늦어도 6월 이전까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4일 전격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지키려 했지만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퇴진 압력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후임 회장 선임 절차를 빨리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임으로 후임 회장 선출을 위해 발빠른 인선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늦어도 6월 이전까지는 신임 회장 선임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4년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내고 현재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소속 멤버인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우리은행장 출신이다. 정부가 오는 6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마련하면 우리금융 민영화를 가속화시킬 인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 서강대 출신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금융위원장 등을 역임한 전광우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도 거론된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은 지분 일괄매각과 분산매각, 자회사 분리매각 등 모든 방안이 재검토될 전망이다. 지난 정권때부터 금융위는 공적자금회수 극대화와 조기민영화 등을 위해선 일괄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을 분리매각하는 방식도 고려하겠다"고 말한만큼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으로는 모든 방안이 검토될 전망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 2010년부터 세차례 추진됐으나 모두 실패했다. 지난 2011년과 지난해에는 우리은행과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자회사를 한꺼번에 파는 일괄매각 방식이 시도됐다.
 
◇산은지주, '정책금융' 되돌리기 주력..소매금융 축소 불가피
 
강만수 전 회장의 후임으로 온 홍기택 KDB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새 정부의 산은지주 민영화 철회 방침에 힘입어 산은지주 지분매각 불가 의사를 밝히고 있다. 
 
홍 회장은 "(산은 민영화는) 재점검이 필요하다"며 산은지주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며,  "산은금융의 정책금융기관 맏형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정책금융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산은이 과거 정책금융기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산은이 정책금융으로 회귀할 경우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 등과의 역할중복 논란은 불가피하다.
 
금융권에서는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의 재결합, 정책금융공사 기능의 분리 후 산은과 수은으로 재배치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는 구조조정과 역할 축소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산은의 정책금융 강화로 다이렉트 뱅킹을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 전 회장은 산은 민영화를 염두해두고 수신기반 확대를 위해 'KDB 다이렉트' 상품을 선보이며 소매금융 사업에 집중해왔다.
 
점포 영업비용을 줄여 가입자들에게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하면서 다이렉트 뱅킹은 지난 2011년 10월말 출시 후 1년4개월만인 지난 2월 9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홍기택 신임 회장이 최근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한다면 다이렉트 뱅킹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다이렉트 뱅킹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 소매금융 사업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은 측은 "소매금융 고객이 30만명 수준으로 소매금융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소매금융 축소 전망을 일축했다.
 
한편, 강만수, 이팔성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의 임기가 오는 7월로 얼마 남지 않아 임기 완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어 회장은 이날 열린 KB채용박람회에서도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지난 정권 당시 선임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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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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