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채권시장 이벤트가 소멸됐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규모와 추가 국채발행 물량을 공개하면서다.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일찌감치 새어나온 추경 규모는 시장금리에 선반영되면서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인 모습이다.
16일 채권시장은 강세 마감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3년만기 국고채는 전일에 비해 0.05%p 하락한 2.61%에 마감했다. 5년만기, 10년만기 국고채는 전일에 비해 각각 0.06%p, 0.07%p 내린 2.69%, 2.90%를 기록했고 20년만기, 30년만기 국고채는 각각 전일 대비 0.04%p 하락한 3.09%, 3.19%에 장을 마쳤다.
국채선물 시장에선 3년만기 국채선물 6월물이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6틱 오른 106.72에 거래됐다.
통상적으로 채권발행 규모가 늘어나면 시장이 약세 흐름을 보이던 것에 반한 모습이다. 정부가 국고채 발행물량을 축소하고 만기물별 균등발행 기조를 유지하는 등 금리상승폭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시장안정화 방안을 내놨다는 점이 시장 영향을 억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내놓고 올해 국고채 발행량이 총 8조8000억원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순증 발행액 증가분 15조8000억원 가운데 7조원은 시장조성용 물량을 축소해서 조달키로 했다. 추경에 따른 증액부분은 5월부터 매월 1조원 수준으로 분산 발행할 방침이다.
월 1조원이 넘는 물량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경에 따른 순증액 이상의 채권수요가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또한 앞서 조기상환(바이백) 규모가 7조원일 것이란 소식을 미리 접한 시장이 이보다 더 높으면 금리하락 재료로, 더 적으면 금리상승 재료로 인식하고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시중은행 채권딜러는 “조기상환 재원 조정 규모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고 만기별 발행 비중을 장기물에 편중시키지 않은 것은 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추경에 따른 증액으로 당장 다음 달부터 입찰시 물량 부담은 있겠지만 유동성이 좋은 편이어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국고채전문딜러(PD)의 10년 국채선물 인수 의무 강화는 시장에 우호적인 안정화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PD의 국고10년물 인수점수는 기존 6점에서 8점으로 확대됐다. 반면 PD 부담이 크고 유동성도 크게 확대된 10년 국채선물 조성의무를 완화해 기존 6점에서 4점으로 줄였다.
이 때문에 불확실한 금리 전망에도 어쩔 수없이 10년물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PD사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까지도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채권담당 임원은 “10년 선물 조성의무를 완화해 손해를 줄여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인수물량을 늘리고 배점을 올린 것에 대한 부담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 증권사 채권딜러는 “정부 입장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사정을 봐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며 “입찰 안정화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안정화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의 관심은 오는 25일 발표되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쏠리는 모양새다. 아울러 내달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