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유미기자] 무게 만큼이나 가격 변동도 무거웠던 금이 하루새에 10%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1980년 이후 33년만에 처음 있는 이례적인 급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값 폭락에 따라 금을 생산하는
고려아연(010130)의 주가도 요동쳤다. 증권가에서는 금값 하락 추세가 현실화된 이상 실적에 금가격에 민감함 국내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금, 하루새 140 달러 하락..금시장 '패닉'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 선물 6월물 온스당 가격은 전일 대비 140.30달러(9.34%) 하락한 1361.1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자료=세계금위원회>
금 가격의 하락은 원자재 시장의 실수요와 투기수요가 동시에 줄어든 결과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산업용 원자재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며 "실제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은 경제 성장률을 당초 8% 초반대로 예상했는데 7% 중후반대가 나오는 등 중국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초부터 달러강세 기조가 이어지며 금을 안전자산으로 보고 투자하는 '가수요'도 감소했다.
특히 키프로스 중앙은행이 전날 부채 상환을 위해 금을 매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유로존 피그스(PIIGS) 국가들이 부실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금을 매도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실제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매도규모는 10톤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면서도 "유로존 피그스 국가 중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보유 금은 상당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의 신호가 됐다"이라고 설명했다.
금가격이 역사적 최고수준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연초부터 흘러나왔지만 최근의 급락은 '패닉'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게 증권가의 일치된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폭락은 33년 전인 1980년에 있었던 10% 급락과 비교되고 있다. 당시에는 은에 투기했던 '헌트형제 은가격 조작 사건'이 들통나면서 동반 상승했던 금 가격이 급락했다.
이원재 SK증권 연구원은 "금가는 하루에 1% 하락해도 '급락'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10% 하락에 대폭락이라는 표현도 모자란다"며 "급격한 하락의 배경에는 금투자를 통해 목표 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LS니꼬동제련..실적에 영향 받을까
금값 하락으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쪽은 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전거래일대비 4.91% 떨어진 2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에는 전날대비 14.03% 하락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고려아연의 상품가격에 대해서도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방민진 하이투자 연구원은 "상품가격 약세를 감안할 때 고려아연의 2분기 이익도 1930억원 수준으로 모멘텀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금속판매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전월 평균 가격에 금속별 프리미엄을 가산해 산정하기 때문에 금속 가격이 반등한다면 판매 가격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S리코동제련은
LS(006260)의 소유지분율이 50.1%인 자회사로 1년에 판매하는 금의 양은 연 50~60톤에 달한다.
이원재 SK증권 연구원은 "LS리코동제련의 금 판매 규모는 고려아연의 1년 금 판매량의 7~8배에 달한다"며 "비상장 기업이긴 하지만 금가격 변동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